간식값 떨어질줄 알았더니 최고 50% 올라

권장 소비자가 없앤 '오픈 프라이스' 시행 1년
소비자 "판매점 간 가격비교 안돼 불편"

'새우깡 15.7%,월드콘 33.3%,칩포테토 25.3% 인상.(대형마트 기준)'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의류 등에 대해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실시된 지난 1년간의 가격변화다. 라면 등 1년 전과 가격이 비슷한 품목이 없진 않지만,대부분의 '국민간식' 제품이 10~30%가량 올랐으며 부라보콘 등 일부 제품은 50% 이상 뛰었다.

가격경쟁을 통한 제품값 안정을 위해 최종 판매점이 간식류 가격을 자율적으로 매기도록 한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당초 취지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동네슈퍼에선 판촉 수단으로 '빙과류 최대 50% 할인'이라는 '권장소비자가격 시절'의 문구를 여전히 붙여놓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만 높인 '오픈 프라이스'

오픈프라이스 제도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판매점 간 가격경쟁을 촉진시켜 제품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제품 가격이 장기간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엔 1999년 실시된 오픈프라이스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과자 빙과류 등에 적용된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지난 1년간 성적표는 사실상 낙제점이다. 판매점 간 가격경쟁이 생겨나기는커녕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새우깡 90g의 대형마트 평균가격은 작년 7월 평균 567원에서 이달 656원으로 15.7% 올랐으며,편의점 가격도 같은 기간 800원에서 900원으로 12.5% 인상됐다. 작년 이맘때 대형마트에서 750원에 팔리던 부라보콘 가격은 현재 53.3% 비싸진 115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제조업체들이 판매점에 제공하는 출고가격이 올라간 것이 판매가 인상의 1차 요인이지만,상당수 품목은 최종 판매가격 인상률이 제조업체 출고가 인상률보다 높았던 점을 감안할 때 판매점 간 경쟁 부진도 가격 급등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응봉동에 사는 주부 오모씨(44)는 "오픈 프라이스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지난 1년간 과자나 빙과류값을 비교해 본 적도 없고 비교된 가격을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며 "함께 장을 보는 다른 주부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제품 간 원활한 가격비교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실제로 비교된 가격을 보여주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T프라이스'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품목이 다양하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가격비교 어렵고 효용 떨어져과자와 같은 제품을 소량 구매할 때는 소비자들이 가격 자체를 비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오픈 프라이스가 성공하려면 판매점 간 가격경쟁과 함께 소비자들도 보다 싼 가격의 판매점을 찾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데 과자 등 간식류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몇십원이나 몇백원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가격 비교 움직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에 보통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하는 TV나 냉장고 등과 다른 구매 행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그는 설명했다.

☞ 오픈 프라이스

open price.제조업체가 정하는 권장소비자 가격을 없애고 최종 판매업자(유통업체)가 판매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판매업체들의 가격 경쟁을 통해 상품값을 안정시키려는 취지로 작년 7월1일부터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빙과 의류 등에 추가로 적용됐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