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책임소재 명확한 부동산정책 내놓아야

대책발표 후 결과 보고조차 없어…목표 수단 책임자 분명히 밝혀야
부동산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3 · 22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이니,'5 · 1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니 하며 대책을 연거푸 내놓았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집을 내놓아도 입질조차 없으니 소리 없는 하우스 푸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게다가 쓰나미 같은 기세로 밀려온 전세난에 서민들의 근심 또한 끝이 없다. 문제는 이처럼 정책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누구 하나 해명하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은 매우 단기적 목표를 지닌 정책이다. 때문에 목표와 수단도 분명해야 하지만 국민은 그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성공적이었는지 그렇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단기적 정책의 결과분석은 쉽지 않다. 갖가지 불확실성이 따르고 주택거래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나 전망 등이 정책 효과를 상쇄하기도 한다. '부동산을 투자 ·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는 시각과 함께 구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은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정부 역량의 증거다.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의 누구 하나 자신들이 내놓은 대책이 어떻게 시행돼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아니 지금처럼 참담한 거래실종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효과가 어째서 그렇게 속절없이 무산되고 말았는지,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밝히는 사람이 없다. 책임을 지기는커녕 결과 보고조차 없는 정부의 그런 행태가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문득 노무현 정부 시절 생각이 난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갖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패만 거듭했다. 결국 온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어 놓은 정부 부동산정책 입안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지금은 반대지만 그리 나을 것도 없다. 거래를 살리겠다며 여러 대안을 내놨지만 서로 손발이 안 맞고 상충하는 정책 때문에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급기야 거래 실종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부동산 대책의 실패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정책 판단의 실패에 사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7년 전 판가름이 난 얘기다. '환란 재판'이라 불린 사건에서 당시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경제수석이 직무유기죄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이들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당시의 외환위기 실상을 은폐 · 축소해 보고했다고는 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실 정책실패에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법리상으로도 쉽지 않고 현실적 효과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자칫 훗날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복지부동 등 방어적 행태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활발한 정책토론을 막거나 정책과정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정책실패에 면죄부를 주고 지나칠 일은 아닌 것 같다.

신임 국토해양부 장관은 주택거래 실종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왠지 시간이 갈수록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그는 이제 곧 자신의 대책을 꾸려 발표하게 될 것이다. 이번부터라도 대책을 내놓으려면 그 배경과 이유,목표와 수단을 분명히 밝히고 언제쯤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누가 보고하고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했으면 한다.

관계부처 장관들이 함께 대책을 발표하거나 격을 낮춰 차관급들을 대동해 발표하는 광경은 합동의 힘보다는 책임의 모호성을 연상시킨다. 합동발표 형식을 취하더라도 그 책임의 소재만은 분명히 해주기 바란다.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