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명품시계 256년 역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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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을 철저히 배제하는 국립박물관이 웬만한 민간기업 제품을 전시하려 하겠습니까. 256년 역사의 바쉐론콘스탄틴이니까 가능한 일이었죠."
최근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의 '바쉐론 콘스탄틴의 유산-1755년부터 시작된 시계제조의 역사' 전시관에서 만난 이 회사 직원은 상기돼 있었다. 바쉐론의 고(古) 시계는 단순한 시계를 넘어 국립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예술성과 역사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박물관은 600㎡(약 180평) 공간을 떼어내 지난 24일부터 8월14일까지 일정으로 바쉐론의 고시계 180여점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120여년 역사의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이 특정 상업 브랜드 제품을 주제로 장기 전시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쉐론이 특별대우를 받은 이유는 뭘까. 단순히 256년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시계를 만들어낸 '세계 최고(最古) 시계업체'란 명성 덕분이었을까. 해답은 전시관에 걸린 문구에 있었다.
"Do better if possible,and that is always possible(가능하면 더욱 잘하라.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공동 창업자인 프랑수아 콘스탄틴이 1819년 임직원들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글귀다. 바쉐론은 지금도 이를 회사의 모토로 삼아 더 좋은 시계를 만들기 위해,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있다. 200여년 동안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最高) 시계업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도,국립박물관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힘도 여기서 나온 것이라고 바쉐론 관계자는 설명했다.
바쉐론과 견줄 만한 역사와 실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떠올려봤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상공업을 천시했던 '양반문화'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출발점이 늦었던 탓이다. 다행스러운 건 실력만 놓고보면 세계 최고를 넘보는 우리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이 그렇다.
이들에 남은 숙제는 끊임없는 혁신과 담금질을 통해 확고한 '업계 리더'로서 오랜 기간 '정상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것이다. 바쉐론이 그랬던 것처럼.수십년 뒤 쟁쟁한 해외 국립박물관들로부터'러브콜'을 받는 우리 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오상헌 싱가포르/생활경제부 기자 ohyeah@hankyung.com
최근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의 '바쉐론 콘스탄틴의 유산-1755년부터 시작된 시계제조의 역사' 전시관에서 만난 이 회사 직원은 상기돼 있었다. 바쉐론의 고(古) 시계는 단순한 시계를 넘어 국립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예술성과 역사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박물관은 600㎡(약 180평) 공간을 떼어내 지난 24일부터 8월14일까지 일정으로 바쉐론의 고시계 180여점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120여년 역사의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이 특정 상업 브랜드 제품을 주제로 장기 전시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쉐론이 특별대우를 받은 이유는 뭘까. 단순히 256년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시계를 만들어낸 '세계 최고(最古) 시계업체'란 명성 덕분이었을까. 해답은 전시관에 걸린 문구에 있었다.
"Do better if possible,and that is always possible(가능하면 더욱 잘하라.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공동 창업자인 프랑수아 콘스탄틴이 1819년 임직원들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글귀다. 바쉐론은 지금도 이를 회사의 모토로 삼아 더 좋은 시계를 만들기 위해,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있다. 200여년 동안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最高) 시계업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도,국립박물관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힘도 여기서 나온 것이라고 바쉐론 관계자는 설명했다.
바쉐론과 견줄 만한 역사와 실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떠올려봤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상공업을 천시했던 '양반문화'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출발점이 늦었던 탓이다. 다행스러운 건 실력만 놓고보면 세계 최고를 넘보는 우리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이 그렇다.
이들에 남은 숙제는 끊임없는 혁신과 담금질을 통해 확고한 '업계 리더'로서 오랜 기간 '정상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것이다. 바쉐론이 그랬던 것처럼.수십년 뒤 쟁쟁한 해외 국립박물관들로부터'러브콜'을 받는 우리 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오상헌 싱가포르/생활경제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