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움직여 충전하는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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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으로 가는 시계·전기 생산하는 신발…무거운 군장을 메고 행군하는 군인의 팔다리에서 나오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을까. 지난해 중순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KAIST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기반형 녹색기술 융합연구' 지원을 받아 이 기술을 개발,2~3년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KIST·서울대 등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
◆주변의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하이브리드 에너지 하베스팅은 신재생에너지 채집보다 더 진화한 버전이다. 이 기술의 원리는 '열전효과'와 '압전효과'로 요약된다. 열전효과는 두 가지다. 서로 다른 금속 접합으로 이뤄진 폐쇄회로에서 접점의 온도가 다르면 전류가 흐른다는 '제베크 효과',반대로 회로에 전류를 흘려주면 접점의 한쪽에서는 열을 내고 다른 한쪽은 열을 흡수한다는 '펠티에 효과' 등이다.
제베크 효과를 이용하면 사람의 체온으로 작동하는 손목시계를 만들 수 있다. 또 자동차 내 배기가스 온도차를 여분의 전류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 수 있고 폐열 발전도 가능하다.
압전효과는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컨데 사람이 밟고 지나가는 패드나 신발에서 전기를 생산하거나,손목을 흔들 때 생기는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손목시계를 움직이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윤석진 KIST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의 목표는 저주파 광대역 초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반 압전소자와 박막형 다 · 단층 열전소자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까지 진행된다. 상용화되면 몸에 착용하거나 들고다니는 전자제품 등을 '이동발전기'로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다.
◆연료전지 한계 극복에 도전
KIST는 또 압전소자를 이용한 새로운 과제를 최근 시작했다. 김병국 KIST 융합녹색연구단장은 기존 세라믹 연료전지(SOFC)의 발열량을 섭씨 800~850도에서 600도 이하로 줄이는 '한계 돌파형 세라믹 연료전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친환경 자동차 등에 쓰이는 연료전지는 기본적으로 수소와 산소 반응 시 나오는 열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장치를 말한다. 고효율 차세대 연료전지 중 하나인 SOFC 는 전해질로 액체나 폴리머가 아닌 산소이온 전도성 고체 세라믹을 사용한다. 그러나 작동온도(발열량)가 높고 초내열강합금 등 재료가 비싸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단장은 "전해질을 수소이온 전도성 고체 세라믹으로 바꾼 연료전지(PCFC)는 SOFC에 비해 작동온도가 낮고 가벼우며 가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력한 전해질 후보군으로 페롭스카이트 계열인 바륨지르코늄옥사이드 등을 찾아냈으며 적절한 물리화학적 공정을 통해 2015년까지 효율이 좋은 전지 셀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관련 기업과 함께 셀을 이어 붙인 차세대 연료전지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 에너지 하베스팅
energy harvesting.일상생활에서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소모되는 에너지를 모아 전력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에너지원은 진동,사람의 움직임,빛,열,전자기파 등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도 넓은 의미의 에너지 하베스팅에 속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