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눈물이냐 감성이냐, 정체성 위기를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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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대기업 임원 A씨.며칠 전 만났더니 자신의 '감성 리더십'이 갑자기 풍부해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증거가 뭐냐고 물었다. 그의 답."TV를 보면 눈물이 난다. "
생리적으로 여성호르몬이 증가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기 어려웠다. 또 다른 증거가 뭐냐고 질문을 던졌다. "20년 만에 시집을 사고 클래식을 다시 듣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난 뒤 남자도 겪을 수밖에 없는 '빈둥지 현상' 같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중년이 되면 남자도 눈물이 많아진다. 겁도 함께 늘어난다. 사실 원래부터 남자가 더 겁이 많단다. 원시시대부터 남자는 DNA 속에 '사냥 갔다가 실수해서 맹수에게 잡혀먹히는 공포'가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여자들은 '먹을 것이 없어졌을 때 부족들이 들판에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비슷해 보여도 남자들이 느끼는 공포가 더 직접적이고 고통이 수반된다. 이런 공포가 밀려오는 것이 중년이다. 자연히 인생이 고달파지고 때로 슬퍼지며 눈물이 나는 것이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아가 다시 살아나는 때도 이 시기다. 나면서부터 갖고 있던 '핵심감정(core emotion)'이 세상이라는 정글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살 때는 숨어있다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중년 시기에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본 적이 없었다는 회한이 밀려오는 것도 이때다.
마침 온몸의 근육도 빠지고 힘도 약해지는 시절이라 남자 경영자의 경우는 눈물 많은 자신을 발견하고는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그럴 바엔 스스로를 '감성 리더' 자질이 있는 것으로 믿는 A씨의 경우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연민으로 볼 수 있는 '감성 리더'로 우뚝 설 수 있을 거니 말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생리적으로 여성호르몬이 증가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기 어려웠다. 또 다른 증거가 뭐냐고 질문을 던졌다. "20년 만에 시집을 사고 클래식을 다시 듣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난 뒤 남자도 겪을 수밖에 없는 '빈둥지 현상' 같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중년이 되면 남자도 눈물이 많아진다. 겁도 함께 늘어난다. 사실 원래부터 남자가 더 겁이 많단다. 원시시대부터 남자는 DNA 속에 '사냥 갔다가 실수해서 맹수에게 잡혀먹히는 공포'가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여자들은 '먹을 것이 없어졌을 때 부족들이 들판에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비슷해 보여도 남자들이 느끼는 공포가 더 직접적이고 고통이 수반된다. 이런 공포가 밀려오는 것이 중년이다. 자연히 인생이 고달파지고 때로 슬퍼지며 눈물이 나는 것이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아가 다시 살아나는 때도 이 시기다. 나면서부터 갖고 있던 '핵심감정(core emotion)'이 세상이라는 정글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살 때는 숨어있다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중년 시기에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본 적이 없었다는 회한이 밀려오는 것도 이때다.
마침 온몸의 근육도 빠지고 힘도 약해지는 시절이라 남자 경영자의 경우는 눈물 많은 자신을 발견하고는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그럴 바엔 스스로를 '감성 리더' 자질이 있는 것으로 믿는 A씨의 경우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연민으로 볼 수 있는 '감성 리더'로 우뚝 설 수 있을 거니 말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