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주가조작' 국내외 4개社 직원 기소

檢, 대우증권·캐나다왕립은행 등 각 사 1명씩
외국사 직원들 소환 불응…불법 수익 89억원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시세조종 의혹을 받아온 국내외 증권사와 은행 4곳의 전 직원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그러나 해당 법인과 대표들은 처벌을 피해 '꼬리 자르기'가 성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더욱이 외국사 출신의 현지 직원들은 검찰의 소환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는 등 국내 입국을 거부해 유죄 판결을 받아도 처벌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시호가 때 140만주 '매도 폭탄'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자본시장법과 옛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대우증권의 김모씨(46)를 비롯해 미래에셋증권,외국계 캐나다왕립은행(RBC),BNP파리바의 전직 트레이더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ELS를 발행한 후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투자자들에게 줘야 하는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보유했던 해당 주식을 대거 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도상환 평가일이나 만기 평가일의 종가 결정을 위한 동시호가 시간대에 주식 수만주에서 최대 140만주를 집중 매도하는 방식이었다.

RBC의 캐나다인 트레이더였던 J씨(42)는 재직 당시인 2009년 4월22일 동시호가 시간대에 홍콩 등지에서 ELS 상품의 기초자산인 SK㈜ 주식 7만주를 매도해 12만500원이던 주가를 11만9000원으로 떨어뜨렸다. ELS 투자자들은 만기평가일인 이날 기준가격 11만9625원 이상이면 22%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나 RBC가 주가를 떨어뜨려 오히려 25.4%의 손실을 입었다. BNP파리바의 프랑스인 트레이더였던 A씨(33)는 중도상환 평가일인 2006년 9월4일 동시호가 시간대에 기초자산인 기아자동차 주식을 해당 시간대 거래량의 98.7%(140만주)나 매도해 투자자들의 수익 성취를 방해했다. 이들 4개사의 트레이더들이 시세조종으로 거둬들인 불법 수익은 모두 89억원,피해자는 1700명에 달했다.

이들 트레이더는 "만기에 고객에게 줄 수익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등 정당한 헤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4개사 가운데 국내 2개 법인은 ELS 투자와 관련해 트레이더들에게 준법 교육을 시켰다는 이유로,외국사 2개 법인은 한국의 상황을 잘 몰랐다는 이유 등으로 형사처벌에서 제외했다.

◆외국인 피의자,재판에도 안 나올 듯검찰은 ELS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가 변동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의 형태가 대단히 복잡하고 손실을 투자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며,손절매 등 방어수단이 없어 일반 주식투자보다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이 부장검사는 "ELS를 개인에게 팔 때 상품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토록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금융사에 대한 규제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부장검사는 "국내 회원사는 거래소에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사는 이같이 국내 법규나 규정의 준수를 강제할 장치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사들은 이같이 교육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는데도 형사처벌을 피했다. 해당사 직원들은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궐석재판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 부장검사는 "해당 국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가연계증권(ELS)

equity linked securities.투자자에게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 변동과 연계해 중도상환기일(보통 3~4개월)을 정해 투자수익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증권.주가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