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5돌'…덩치는 커졌지만 여전히 개인 '놀이터'

코스닥 시장이 내달 1일 개설 15주년을 맞는다. 중소ㆍ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신성장 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한 것은 분명 성과다. 상장 기업이 1000개를 넘기는 등 외형 면에서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횡령ㆍ배임이나 불성실 공시 같은 불법 행위가 반복되고 있어 비리의 온상이란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매년 퇴출기업도 느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관 투자자 등 '큰손'으로부터 외면받고, '개인의 놀이터'란 비아냥도 흘러 나온다. ◆코스닥 거래대금 주요 세계 新시장 중 2위 '껑충'

코스닥 상장기업의 성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출 비중으로 잘 나타난다. 2000년대 들어 이 비중이 꾸준히 확대됐다. 특히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보다 코스닥 기업의 성장세가 더 가팔랐다는 뜻이다.

2001년 코스닥기업의 매출은 44조원으로 GDP 651조원의 6.8%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지난해 8.6%까지 높아졌다. GDP 1173조원 중 101조원이 코스닥 기업의 매출에서 나왔다. 코스닥시장에서 기업들은 매년 수 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2005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6년만 놓고 보면 총 19조7702억원을 조달했다. IPO(기업공개)로 5조1789억원, 유상증자로 14조5913억원을 각각 마련했다. 코스닥 기업의 86%가 중소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시장으로 발전했다 볼 수 있다.

국제적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세계 주요 신시장 중 거래대금 면에서 코스닥시장은 지난해 2위를 기록했다. 4122억달러가 작년 한해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됐다.

이는 미국 나스닥의 12조6592억달러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이나, 중국의 차이넥스트(2325억달러), 일본의 자스닥(540억달러) 등과 견줘 훨씬 많은 것이다. 시가총액으로 봤을 때 GEM(1235억달러) 차이넥스트(1118억달러)와 비슷한 1088억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코스닥 기업들은 일자리도 많이 창출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상장 231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거래소가 상장후 근로자 수를 분석한 결과, 5년간 평균 40.9% 증가했다.

◆주도주 보면 시대별 첨단산업 알 수 있어코스닥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 면면을 보면 각 시대별 첨단산업의 추세를 알 수 있다.

2001년에는 통신,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사업을 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KTF(현 KT)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안철수연구소 한글과컴퓨터 등이 주인공이다. IT(정보기술) 붐이 시장을 휩쓸던 시기다.

2005년에는 NHN 다음 인터파크 CJ엔터테인먼트(현 CJ E&M) 마크로젠 등 인터넷, 문화콘텐츠, 반도체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했다.

2009년은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힘입어 태웅 태광 평산 같은 풍력 및 조선기자재 업체, 셀트리온 등 바이오 업체, 서울반도체 등 LED(발광다이오드) 업체가 큰 인기를 끌었다. 또 메가스터디 크레듀 등 교육기업도 이 시기에 크게 성장했다.

◆개인 비중 90% 넘어…불법행위 여전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가 부진한 것은 한계로 지적받는다.

올 들어 5월까지 코스닥시장 내 투자자별 매매비중을 보면, 개인투자자가 전체의 91.8%에 이른다. 기관 비중은 3.6%, 외국인 비중은 3.6%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비중은 55.7%이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1.5%와 18.6%에 이른다.

코스피는 2003년 이후 매년 개인 비중이 낮아지고 기관과 외국인 비중은 커지고 있는데 반해, 코스닥은 큰 차이가 없다. 현재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펀드(주식형)의 코스닥 상장종목 투자금액은 3조8000억원으로, 시가총액 비중의 3.9%에 불과하다.

코스닥시장을 대표하는 대형ㆍ우량주가 없는데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관계 없이 '테마' 위주로 종목들이 움직이다보니 펀드매니저들이 코스닥 종목 편입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기업의 신뢰성이 낮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재무구조 악화, 경영진의 불법 행위 등으로 퇴출된 기업은 2008년 23곳, 2009년 65곳, 2010년 74곳으로 최근 3년간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가 2009년 2월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도입함으로써 '시장 정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게 퇴출기업 증가의 주된 이유지만, 어찌 됐든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전체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거래소는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시장 건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한편, 우량기업 중심으로 IR(기업설명회) 등 기업정보 제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정책과 연계해 '히든챔피언'과 같은 우량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