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EU FTA 발효 D-1] (4ㆍ끝) 美ㆍ유럽ㆍ亞 잇는 '무관세 실크로드' 만든다

● (4ㆍ끝) 탄력받는 'FTA 허브'

45개국과 FTA 체결…세계 인구 38%와 무관세, FTA 교역 비중 25%로
중국 등 거대경제권과 추가 FTA 서둘러야

내달 1일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한국은 '글로벌 FTA 허브'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한국은 2003년 2월 칠레와 처음 FTA를 체결한 이후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인도 미국 페루 등 8건의 FTA 협상을 체결했다. 국가 기준으로는 45개국에 달하고 인구는 26억5420만여명,국내총생산(GDP)은 37조2326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인구의 38.5%,세계 GDP의 64.2%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 FTA,중 · 일 앞서

한국이 맺은 무관세 무역동맹은 미주 · 유럽 · 아시아 등 3개 대륙을 아우르고 선진국 · 개발도상국 · 브릭스(BRICs)를 연결하는 광범위한 틀로 짜여지고 있다. 한국의 FTA 교역 비중은 현재 14.8%이지만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인 EU와의 FTA가 발효되는 7월1일부터는 25.2%로 높아져 중국(19.2%) 일본(16.5%)을 앞서게 된다.

미국 페루 등 협상이 이미 타결된 나라들과의 FTA가 발효되면 그 비중은 35.1%로 상승한다. 명진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 관세 장벽을 낮추려는 다자간 무역협상이 부진해 세계 각국이 양자 협상인 FTA를 통해 수출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추가 FTA를 서둘러 무관세 경제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 미,한 · 중 FTA는 난항

문제는 미국과의 FTA가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된 지 4년이 넘었는데도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작년 말 미국과 벌인 추가 협상을 '굴욕 협상'이라고 규정하고 국회 상임위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한 · 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놨지만 미국과의 재(再)협상을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비준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 중 FTA는 정부 간 공식 협상을 앞두고 있다. 중국이 오히려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 중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지만 농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큰 데다 정부 내에서조차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협상 착수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 방식을 놓고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이 민감 분야인 농업 부문의 개방 수위를 정해놓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모든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서 풀자고 요구하고 있다.

◆다양한 FTA 피해대책 마련25%의 관세가 매겨지는 유럽산 냉동 삼겹살은 10년간 관세가 단계적으로 없어져 일부 축산 농가가 피해를 볼 전망이다. 돼지고기는 한 · EU FTA 발효 5년째에 556억원,10년째부터는 해마다 1214억원의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됐다. 오렌지 포도 키위 등 과일류와 참치 골뱅이 고등어 등 수산물 수입도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피해가 예상되는 축산업에 올해부터 10년간 10조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수립돼 있는 한 · 미 FTA대책 투자 4조7000억원,축산업발전대책 투자 2조1000억원,시 · 도 가축방역을 비롯한 계속사업 2조1000억원을 합친 8조9000억원에 추가로 2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축산농가의 가업상속 공제액을 현행 2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영농 상속액도 10억원(배우자 공제 5억원 포함시 15억원)까지 비과세하기로 했다. 내달 1일부터 3년간은 8년 이상 직접 운영한 축산농가가 폐업으로 목장 면적 990㎡(300평) 이하의 축사 · 토지를 처분할 경우 양도세를 100%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