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기술상] 최우수상 - 윤정식 디자인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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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디자인 전문가 첫 수상"과거 책상 밑에 처박혀 있던 전자기기들이 이제는 책상 위로 올라오는 추세입니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죠."
멀티미디어 재생기 외관, 열 빨리 식는 알루미늄으로
옆이 얇아지는 슬림형 부각, 하드디스크 분리 '원터치'
제8회 으뜸기술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윤정식 디자인뮤 대표(47)는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겉치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으뜸기술상 심사위원들도 이런 점을 감안했다. 작년 4월 으뜸기술상을 제정한 이후 처음으로 산업디자인 전문가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윤 대표는 네오위키라는 중소기업의 요청으로 슬림형 멀티미디어 재생기의 외관을 디자인했다. 디자인 모델은 두 가지다. A4 용지 3분의 2 크기에 두께 3㎝ 정도의 초슬림형과 가로 11.5㎝,세로 8.5㎝,폭 18.5㎝의 보급형이 있다. 초슬림형은 디자인 개발만 끝났고 아직 제품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보급형은 작년 10월 'NAS 350D'란 이름으로 시장에 나왔다.
이들 제품은 일종의 개인용 서버다. 사용자가 유 ·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의 파일을 여기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내려받을 수 있다. TV나 컴퓨터,디스플레이 기기를 연결하면 서버에 저장한 파일을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일 저장용량은 초슬림형이 1테라바이트(1024기가바이트)이며 보급형은 사용자가 하드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용량을 늘릴 수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제품의 외관이 알루미늄 재질이라는 점이다. 경쟁 제품은 보통 가격이 싼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윤 대표는 "알루미늄은 플라스틱보다 열을 냉각시키는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다"며 "플라스틱보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회사 이윤을 다소 줄이는 대신 소비자 편리성을 택했다"고 말했다. 비싼 재질을 썼지만 제품 가격은 경쟁사보다 오히려 싼 편이라고 그는 밝혔다. 회사 측이 심사위원단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급형의 경우 21만원으로 경쟁사인 A사(34만8000원)나 B사(27만7000원)보다 싸다.
윤 대표는 또 전체적으로 검은 색을 기본으로 표면에 광택과 무광택을 적절히 배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슬림형은 직육면체 모양이 아니라 옆으로 갈수록 두께가 얇아진다. 세련과 '얇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디자인이다. 보급형은 사용자가 하드를 편리하게 끼우거나 뺄 수 있게 설계했다. 윤 대표는 "보통 경쟁 제품은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어야 하드를 끼우거나 제거할 수 있지만 이 제품은 나사 없이 원터치 방식으로 하드 장착 부분을 열고 닫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으뜸기술상 심사위원들도 이 같은 이유로 이 제품에 대해 "다수의 기술을 패키징(하나의 제품에 넣는 것)했으며 시장성이 좋다"고 평가했다.
윤 대표는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학 때 산업미술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2년간 근무했다. 여기서 컴퓨터와 휴대폰 디자인을 담당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2001년 창업한 회사가 디자인뮤다. 윤 대표는 "대기업은 승진할수록 디자인보다 관리 쪽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디자인 쪽 일을 계속하고 싶어 창업했다"고 말했다.
디자인뮤는 산업디자인 전문업체다. 전자제품 관련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다. 직원 수 15명의 중소기업이지만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독일 '레드닷'과 'iF'를 각각 세 차례와 두 차례 수상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굿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윤 대표는 국내 산업디자인 실력에 대해 "세계 9위권으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튀는 제품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창의적 디자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이 너무 튀면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기계처럼 만들어 놓으면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며 "국내 업체들은 아직 디자인보다 브랜드 위주의 마케팅을 하거나,선진국 제품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