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한숨 돌렸지만 디폴트 위기 여전히 잠복

● 그리스 긴축안 의회 통과

1200억 유로 추가 구제금융 탄력 받을 듯
노동계 강력 반발…국유자산 매각도 미지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가 일단 최악의 국가부도 사태는 면했다. 그리스 의회가 29일 극적으로 과반을 넘겨 '중기재정계획(이하 긴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30일 긴축 시행안까지 의결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내달 3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지난해 약속한 구제금융 5차분(120억유로) 집행을 결정할 전망이다. 또 2014년까지 국채 상환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1200억유로 규모의 추가 지원 방안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소 시간은 벌었지만 채권 만기는 계속해서 돌아오는데다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긴축안에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 그리스 사태가 쉽사리 사그라질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한숨 돌린 그리스

의회가 이날 통과시킨 긴축안은 향후 5년간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려 280억유로를 마련하고,국유자산 매각을 통해 추가로 500억유로를 마련해 총 780억유로를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긴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약속한 구제금융을 집행할 수 없다며 그리스를 압박해왔다. 만약 긴축안이 부결됐다면 7월15일 만기 도래하는 24억유로 규모의 채권과 8월20일 만기 도래하는 66억유로 규모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그리스는 초유의 부도 사태를 맡게 될 운명이었다. ◆여전히 험난한 미래

급한 불은 껐지만 그리스가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난 건 아니다. 일단 통과된 긴축안을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리스 노동계는 긴축안에 반발해 지난 2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고,시민 2만여명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민간연구기관인 'ELIMEP'의 드미트리오스 카치카스 수석연구원은 "사회당 정부가 지금은 불가피하게 지지 기반인 공공부문 노조들에 민영화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권을 유지하려다 보면 프로그램 이행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재정위기를 해결할 근본 처방이 없다는 데 있다. 그리스는 2015년까지 총 1980억유로 규모 국채의 만기가 돌아온다. 그러나 올해 그리스 경제는 성장은커녕 6년 전(2005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2005~2010년 동안 산업생산 증가율은 -16.1%에 그쳤다. 청년실업률도 36.1%에 달하는 등 위기를 극복할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자발적 만기연장 논의 관건

그리스가 개혁을 위한 시간을 더 벌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이른바 '자발적 롤오버' 논의가 진전을 거둬야 한다. 일단 전망은 밝다. 최대 채권국인 프랑스 은행들이 2012~2014년 만기도래하는 그리스 국채의 70%를 다른 채권으로 바꿔주는 데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채무조정이나 자발적 만기연장도 디폴트로 간주해 신용등급을 조정할 것이라고 선언해 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긴축안 통과에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하고 유럽증시도 1%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리스 국채 금리는 2년 만기는 1.5%포인트,10년 만기는 0.23%포인트 하락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