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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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 나비'는 눈꺼풀로 쓴 책이다. 저자는 장 도미니크 보비.세계적인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잘나가던 1997년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말을 잃은 건 물론 왼쪽 눈꺼풀 외엔 아무 것도 까딱할 수 없는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에 걸렸던 인물이다.
모든 걸 포기한 그에게 언어치료사는 알파벳을 보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식으로 글자를 선택,단어와 문장을 만들어 의사를 전달하는 법을 알려준다. '죽고 싶다'던 말은 '고맙다'로 변하고,그는 15개월 동안 20만번 이상 깜박거려 책을 완성하고 나비처럼 날아갔다. 그는 그래도 의식은 있다고 알릴 수 있었던 경우지만,코마(coma · 혼수상태)나 식물인간 환자는 의식 자체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코마는 눈꺼풀이 닫히고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식물인간은 눈꺼풀은 열려 있고 몸도 더러 움직이지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나 2009년 11월 알려진 벨기에 사람 롬 하우번의 사례는 코마 환자가 진짜 의식이 없는 건지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켰다. 하우번은 1983년 교통사고 후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23년간 누워 있었는데 실은 의사 표시를 못 했을 뿐 주위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아들이 깨어있다고 믿은 어머니가 반주검 상태라는 의사의 말에 굴하지 않고 2006년 리에주 대학병원 스티븐 라우레이스 교수에게 재진단을 의뢰한 결과 뇌가 정상이었다는 얘기다. 이후 재활 치료를 통해 의사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하우번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5월8일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축구선수 신영록 씨(24 · 제주)가 기적적으로 회생,재활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상당기간 재활 훈련을 해야 하고 선수로 돌아가긴 힘들 수도 있다지만 코마에서 깨어난 걸 보면 강한 의지의 소유자인 게 분명한 만큼 가능할지도 모른다.
라우레이스 박사에 따르면 독일에서만 매년 2만여명이 코마에 빠진다. 3주 이상 되면 사망하거나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수가 많지만 일부는 건강을 회복한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졸업반 수업 중 쓰러져 1년 동안 코마와 식물인간 상태를 거치고도 의식을 회복,의대를 졸업하고 보건학 박사가 된 이희원 춘천소년원 의무과장 같은 이도 있다. 신 선수의 쾌유를 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모든 걸 포기한 그에게 언어치료사는 알파벳을 보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식으로 글자를 선택,단어와 문장을 만들어 의사를 전달하는 법을 알려준다. '죽고 싶다'던 말은 '고맙다'로 변하고,그는 15개월 동안 20만번 이상 깜박거려 책을 완성하고 나비처럼 날아갔다. 그는 그래도 의식은 있다고 알릴 수 있었던 경우지만,코마(coma · 혼수상태)나 식물인간 환자는 의식 자체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코마는 눈꺼풀이 닫히고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식물인간은 눈꺼풀은 열려 있고 몸도 더러 움직이지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나 2009년 11월 알려진 벨기에 사람 롬 하우번의 사례는 코마 환자가 진짜 의식이 없는 건지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켰다. 하우번은 1983년 교통사고 후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23년간 누워 있었는데 실은 의사 표시를 못 했을 뿐 주위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아들이 깨어있다고 믿은 어머니가 반주검 상태라는 의사의 말에 굴하지 않고 2006년 리에주 대학병원 스티븐 라우레이스 교수에게 재진단을 의뢰한 결과 뇌가 정상이었다는 얘기다. 이후 재활 치료를 통해 의사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하우번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5월8일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축구선수 신영록 씨(24 · 제주)가 기적적으로 회생,재활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상당기간 재활 훈련을 해야 하고 선수로 돌아가긴 힘들 수도 있다지만 코마에서 깨어난 걸 보면 강한 의지의 소유자인 게 분명한 만큼 가능할지도 모른다.
라우레이스 박사에 따르면 독일에서만 매년 2만여명이 코마에 빠진다. 3주 이상 되면 사망하거나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수가 많지만 일부는 건강을 회복한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졸업반 수업 중 쓰러져 1년 동안 코마와 식물인간 상태를 거치고도 의식을 회복,의대를 졸업하고 보건학 박사가 된 이희원 춘천소년원 의무과장 같은 이도 있다. 신 선수의 쾌유를 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