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25시-따뜻한 시장경제 실험] 121개 '미소금융 기지'…벼랑 끝 서민에 '자립의 꿈'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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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 사장님 1만6000명 '희망 출발'
삼성ㆍ현대차 등 6개 기업, 전국 58개 지점 운영
수도권에 46% 집중…'지역 쏠림' 해소는 과제
'소득이 적고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도 기댈 수 있는 새로운 금융''자립 의지가 강한 서민들에게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따뜻한 나눔'. 이것이 한국판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대출 사업)로 불리는 미소금융 사업의 시작이었다.
2009년 12월15일 경기도 수원에 삼성이 1호 미소금융지점을 개설한 후 미소금융중앙재단과 현대자동차 LG SK 포스코 롯데 등 대기업,기업 하나 우리 신한 국민 등 시중은행들이 지점 설치에 나서면서 전국의 미소금융망은 121개로 늘었다. 처음엔 우여곡절도 많았다. 4.5% 저금리에 무보증 무담보로 돈을 빌려준다는 소문이 돌자 미소금융 지점에 밍크코트를 입은 사모님이 찾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1년6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려는 수많은 서민들이 꿈을 안고 찾아가는 '희망 센터'로 자리잡았다. 세탁소,미용실과 같은 생계형 가게를 운영하고 싶은데 마땅히 돈을 빌릴 데가 없는 서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2011년 미소금융 네트워크의 현주소는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롯데 등 6개 대기업 미소금융재단이 세운 지점은 58개소다. 전체 미소금융 지점의 47.93%가 기업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은행권은 37개(30.57%)의 지점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직접 설치한 지점은 26개로 전체의 21.48%다.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지점을 낸 곳은 삼성미소금융재단이다. 삼성은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경기 수원에만 3곳의 지점을 열었다. 강원 원주와 경기 이천,충남 아산,전북 전주 등에도 미소금융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SK는 전국 13곳에 미소금융 지점을 냈다. 서울지역엔 영등포 등 4곳을 비롯해 강원도 동해와 전북 군산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제주도에도 2곳의 지점을 열어 서민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현대차미소금융재단과 LG미소금융재단은 각각 11곳의 지점을 세웠다. 현대차는 부산 울산 대전 광주 등에,LG는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경기 파주,LG전자 가전공장이 있는 창원 등에서 미소금융의 온기를 전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 등 4개 지역에 미소금융 둥지를 틀었고 롯데는 전남 순천과 부산 등 4곳에 지점을 열었다. ◆기다리는 서비스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로
대기업들은 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직접 찾아가 자립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으며 미소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점에서 서민을 기다리는 서비스에서 벗어나 서민 생활현장에서 곧바로 필요한 것을 돕는 능동형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전통시장의 영세 상인을 위한 소액대출 활성화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중앙재단은 지난 28일 시장경영진흥원과 전통시장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통시장의 영세 상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사업과 전통시장 관련 교육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소액대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한 전통시장 상인회에 최대 5억원까지 2년간 무이자로 지원하고 상인회는 소속 상인들에게 500만원 이내로 대출한다. SK그룹은 찾아가는 미소금융 서비스를 위해 이동식 상담 차량을 운행 중이다. '움직이는 SK미소금융 지점'인 이 차량은 재래시장 등 미소금융 지점이 개설되지 않은 군 단위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되고 있다.
◆올해 미소금융지점 150개로 늘린다
미소금융 취급점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과 대기업들은 이에 따라 지방의 소외 지역을 중심으로 지점망을 서둘러 늘릴 계획이다. 중앙재단 관계자는 "올해 안에 전국에 150여개의 지점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소금융 지점의 서울 등 수도권 편중을 해소하는 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전체 지점 121개 가운데 23.96%에 달하는 29개가 서울에 몰려 있다. 경기도 21개(17.35%)와 인천시 6개(4.95%)를 포함하면 전체 지점의 46.28%가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다. 강원과 충북,전남,전북에 들어선 미소금융 지점은 각각 4곳에 그쳤다. 충남과 제주는 3곳으로 조사됐다. 충북 4개 지점 가운데 3개가 청주에 문을 열었고,충남은 3개 지점 중 2개가 천안에 몰렸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