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국 금융사엔 무력한 검찰

'제임스 ○○,알렉산드 ○○○'. 검찰이 주가연계증권(ELS) 시세조종 혐의로 지난 28일 기소한 외국인 피의자들이다. 캐나다왕립은행(RBC)과 BNP파리바의 전직 트레이더인 이들은 ELS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수익금을 주지 않기 위해 기초자산인 주식의 가격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ELS 만기일의 장중 마감 10분 전쯤에 보유했던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방식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두 사람으로 인해 입은 손실은 55억원에 달했다. 해당 금융사 홍콩지점에서 줄곧 일해온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1년4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과정에서 단 한번도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연루된 다른 국내 증권사 직원들이 수차례 검찰청을 들락날락한 것과 대조됐다. 외국 증권사 법인도 한국 상황을 잘 몰랐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에 국내 증권사 법인이 형사처벌 대상에서 빠진 것은 외국사만 봐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기소하면서 발표한 ELS 수사결과 보도자료에서는 제임스 등이 현행법상 궐석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들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였다. 설사 유죄를 받아도 형 집행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수사 전까지 홍콩에서 일한 외국인들인 데다,한국 검찰이 강제로 구인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 검찰을 우습게 아는 외국인 피의자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 · 11 옵션쇼크'에서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도이치은행의 외국인 직원들이 고발됐지만 검찰청에 출석한 피의자는 한명도 없다. 검찰은 이번에도 소환조사 없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개인정보 불법수집 혐의를 받았던 미국 구글은 '범행'에 가담한 직원이 누구인지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 구글의 비협조로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마무리가 언제 될지도 짐작할 수 없다.

외국사들이 한국 검찰을 이처럼 얕보는 것은 그동안 '쓴맛'을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을 어기고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도 그에 맞는 응징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검찰의 몫이다. 외국사들의 잘못을 철저히 캐내 불법 기업은 한국에서 제대로 영업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임도원 기자 지식사회부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