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25시-따뜻한 시장경제 실험] (2) "脫北者 지원 기사 읽고 달려갔죠…손두부 가게 창업 신바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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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북한식 손두부 '콩사랑' 가게 차린 박소연 씨
방부제 넣지 않고 만들어
입소문 타고 하루 50만원 매출
한국서 생활하며 희망 찾아
현대차 미소재단 작년 출범
탈북자에 총 16억원 대출
경기 군포시 산본시장 입구에서 안쪽으로 30m 남짓 들어가면 '콩사랑'이란 간판이 눈에 띈다. 지난달 16일 문을 연 이 가게의 주인은 탈북자 박소연 씨(49).'북한식 전통 손두부'를 가마솥에서 직접 만들어 팔고 있다. 박씨는 북한에서 탈출한 뒤 2004년 7월 베트남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 새 삶을 꿈꾸며 식료품점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산본시장 근처에서 작은 노점상도 꾸려봤다.
삶은 순탄치 않았다. '탈북자'란 꼬리표를 뗄 수 없었고,주변의 편견에 스스로 움츠러들었다. 벌이는 나쁘지 않았으나 안정적이지 못했다. "가게를 갖고 싶었어요. 번듯한 '내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가진 돈을 모두 털어 점포 가계약금을 냈는데 잔금 치를 돈이 없었습니다. "◆'북한 동포지'에서 찾은 미소금융
박씨는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했다. 헛일이었다. 가족도 없는 탈북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희망을 찾은 것은 '북한 동포지'.가끔씩 받아 보는 신문에서 서민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미소금융'을 알게 됐다. "글을 보고 당장 대출받으려고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을 찾아갔습니다. 탈북자를 지원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죠."
마침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의 미소학습원에서는 북한 이탈 주민을 대상으로 특별 창업 지원 2기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미소학습원은 미소금융 대출자 등에게 창업 교육을 해주는 곳으로,현대차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인 정태영 현대카드 · 캐피탈 사장의 아이디어다. 박씨는 미소학습원 직원의 도움으로 등록을 했고,하루도 빠짐없이 교육을 받았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창업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본에서 서울 서대문으로 매일 나갔어요. 지각도 단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 이를 지켜보던 미소학습원 측은 단순히 대출뿐만 아니라 창업의 모든 과정을 도와주는 '드림실현 3호점' 대상자로 박씨를 선정했다. 현대카드 · 캐피탈이 가게 인테리어,간판 디자인,설비 구매 등 창업 전반을 지원해줬다. 창업 자금 5000만원도 빌릴 수 있었다.
◆"오전 5시부터 두부 만들어요"
박씨는 요즘 '신바람'이 났다. 가게를 차린 지 한 달여 만에 입소문이 퍼졌다. "우린 방부제라는 걸 몰라요. 나라(북한)가 발전을 못하다 보니 그런 건 있는지도 몰랐고….저번에 한 손님이 '손자가 다른 두부는 안 먹는데 이 두부만 그렇게 잘 먹는다'며 사갔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안산에서 두부 사러 일부러 왔다는 분도 있었고…."콩사랑에서 파는 손두부는 박씨가 오전 5시에 나와 가마솥에서 만든다. 하루에 120모 정도 만드는데 오후 7~8시께면 모두 팔린다. 엿기름 등도 함께 팔고 있다. 하루 매출은 50만원 정도.박씨는 "여름철은 빨리 두부가 상하는 비수기인데도 생각보다 많이 팔리는 것"이라며 "많은 때는 7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고 했다.
◆현대차미소금융,탈북자 16억원 대출
넌지시 북한 얘기도 꺼내봤다. "북한에서 약장사를 크게 했는데 다 몰수당한 적이 있어요. 살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죠.중국으로 탈출했다 붙들려 갔는데 '이번에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돈을 약처럼 비닐로 꽁꽁 묶어 삼켰어요. 돈이 있어야 풀려 나올 수 있으니까….밥도 일부러 굶었어요. 비닐로 싸서 그런지 하나도 안 풀리고 그대로 있더라고요. "가족 얘기를 묻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들이 한 번 잡혀 갔는데 얼마나 맞았는지 손이 부어 밥을 먹을 수 없었던 적이 있어요.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보고 싶긴 하지만 오다 잡히면 어디 간 줄도 모르고 사라지니까…." 그는 한국에서 처음 장사를 할 때 '북한 간첩'이란 소리도 자주 들었다고 했다. 지금은 "무슨 간첩이 여기서 두부를 팔겠느냐"고 주변 사람들이 더 격려해 준다며 웃었다.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은 통일부와 지난해 7월 협약을 맺고 탈북자 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46건 16억원 규모를 대출해줬다. 박씨처럼 미소학습원 교육을 수료한 탈북자는 32명이다. 남태곤 미소학습원 학습운영팀장은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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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넣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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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미리·태진아
"날아간 5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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