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여 · 야, 대기업 때리기 · · · 내년 선거 승리위한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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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에선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지경위는 회의에 앞서 이 자리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비롯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을 부르기로 결정했다. 진술인 자격이지만 최근 허창수 회장 등이 국회의 기업 때리기와 반값 등록금 등에 대해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비판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였다.
결국 경제단체들은 공청회에 전무급을 대리인으로 출석시켰다. 의원들은 이에 대해 "오만 불손한 막가파식 작태"라고 비난했다.
# 여당으로까지 번진 반기업 정서국회의원들의 기업 때리기가 가열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자처해왔던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특히 한나라당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과 당 정책위 의장까지 나서면서 확산일로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달 28일 "정부의 특혜를 받아 성장한 대기업이 추가감세 철회,동반성장 등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은 올라섰으니 다른 사람은 올라오지 말라는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 의장은 "시장원리에 맡기려면 시장이 공정해야 하는데 대기업들이 공정시장 유지를 위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한나라당 정책이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정책위 의장으로서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의장은 자신의 발언시간을 모두 대기업 비판에만 썼다. 곧 구성될 새 여당 지도부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나선 7명의 후보들은 재계의 국회 불출석 여부에 대해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수준의 재벌을 공정 자본주의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선두에 설 수 있는 건 국가권력밖에 없다"(원희룡 후보)거나 "세금(법인세)을 깎아달라는 대기업 총수가 등록금 깎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한 오만과 탐욕"(남경필 후보)이란 발언이 나왔다.
# 청와대 중진의원들은 자중 당부
이처럼 여당과 대기업들의 갈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청와대와 여당 4선 이상의 중진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지난달 29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 때리기와 관련,한나라당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중진인 정몽준 전 대표는 "경제단체장들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한마디 할 수 있고,국회에서 그분들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자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국회가 이들을 '망신 주겠다,고발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영선 의원은 "대기업은 돈을 벌어 세금을 내는 것으로 1차적인 책임을 다한 것"이라며 "미래성장 동력을 개발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책임은 정치권에 있는데 대기업 탓만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성토했다.
# 재보선 참패와 양극화가 요인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치권과 대기업 간 관계가 악화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제위기와 물가급등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중산층은 무너지는데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 사회적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 · 27 재보선에서 분당과 강원도 등에서 여당이 민심악화로 참패한 것도 여당의 정책 노선 수정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여당 대표를 7월4일에 뽑는데,출마한 7명의 후보들이 21만명의 당 유권자의 감정에 호소하면서 기름을 붓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한나라당이 7 · 4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위해 대기업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재계 때리기'에 대한 공식 입장을 '7 · 4 전대' 이후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대기업이 소득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의 원인이고 서민 경제를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일까.
대기업들은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실적이 좋았던 게 아니라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을 착취하고 납품가를 후려치는 방법으로 이익을 남겼던 것일까. 만약에 대기업마저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그 가족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핀란드의 노키아가 최근 애플에 밀리면서 국가 경제 자체가 흔들리는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그리고 국가 경제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말해준다.
여당이 대기업을 때리는 건 결국 내년 양대 선거의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 때문이다.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모든 잘못은 정치인이 아니라 대기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대외협력팀장은 "포퓰리즘은 분배중심의 정책과 계층 간 갈등 유발을 통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자기책임과 재산권,경쟁원리를 침해한다"며 "또한 과도한 재정지출로 나라살림을 위협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세금부담으로 돌아갈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허창수 회장은 "많은 대기업들은 대학에 다니는 임직원들의 자녀 등록금을 지원한다.
국가가 세금으로 이를 대신 내준다면 기업으로서도 이익이다.
그런데도 반값 등록금에 반대하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기업인은 나라의 먼 장래를 걱정하는데 정치인들은 당장 제 표만 챙기는 형국이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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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청문회는 CEO와 대안 마련하는 자리
외국에선 기업이 법을 어겼거나 국가 재정(세금)이 투입된 경우 중대한 경제현안 등에 한해 기업인들을 의회에 출석시킨다.
기업인을 불러 청문회(hearing)를 할 때에도 출석인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대부분이다.
지난 5월 미국 상원은 정유업체 최고경영자(CEO)를 청문회로 불렀다.
고유가로 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경기도 위축되는데 정유업체들의 순이익이 급증한 이유를 묻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CEO들은 오히려 정부가 정유업체에 대한 감세혜택을 없애려는 움직임에 강하게 반대했다.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CEO는 "현재 정유사들에 제공하는 감세는 보조금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적법한 혜택"이라며 "정유회사에 대한 감세 혜택을 줄이지 말고 국내 원유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장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미 의회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는 지난해 1월 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뱅크 오브 아메리카,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금융사의 수장들을 불렀다.
한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목적이지 CEO들이 수모를 당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청문회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영국 의회는 지난 3월 초콜릿 회사 캐드버리를 인수한 미국 크래프트 이사들을 청문회로 불러 자국 내 생산시설 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처럼 해외에선 기업인들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더라도 정치적인 보복 등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하게 펼칠 수 있는 분위기다.
허란 한국경제신문 기자 why@hankyung.com
지경위는 회의에 앞서 이 자리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비롯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을 부르기로 결정했다. 진술인 자격이지만 최근 허창수 회장 등이 국회의 기업 때리기와 반값 등록금 등에 대해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비판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였다.
결국 경제단체들은 공청회에 전무급을 대리인으로 출석시켰다. 의원들은 이에 대해 "오만 불손한 막가파식 작태"라고 비난했다.
# 여당으로까지 번진 반기업 정서국회의원들의 기업 때리기가 가열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자처해왔던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특히 한나라당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과 당 정책위 의장까지 나서면서 확산일로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달 28일 "정부의 특혜를 받아 성장한 대기업이 추가감세 철회,동반성장 등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은 올라섰으니 다른 사람은 올라오지 말라는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 의장은 "시장원리에 맡기려면 시장이 공정해야 하는데 대기업들이 공정시장 유지를 위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한나라당 정책이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정책위 의장으로서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의장은 자신의 발언시간을 모두 대기업 비판에만 썼다. 곧 구성될 새 여당 지도부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나선 7명의 후보들은 재계의 국회 불출석 여부에 대해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수준의 재벌을 공정 자본주의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선두에 설 수 있는 건 국가권력밖에 없다"(원희룡 후보)거나 "세금(법인세)을 깎아달라는 대기업 총수가 등록금 깎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한 오만과 탐욕"(남경필 후보)이란 발언이 나왔다.
# 청와대 중진의원들은 자중 당부
이처럼 여당과 대기업들의 갈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청와대와 여당 4선 이상의 중진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지난달 29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 때리기와 관련,한나라당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중진인 정몽준 전 대표는 "경제단체장들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한마디 할 수 있고,국회에서 그분들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자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국회가 이들을 '망신 주겠다,고발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영선 의원은 "대기업은 돈을 벌어 세금을 내는 것으로 1차적인 책임을 다한 것"이라며 "미래성장 동력을 개발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책임은 정치권에 있는데 대기업 탓만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성토했다.
# 재보선 참패와 양극화가 요인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치권과 대기업 간 관계가 악화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제위기와 물가급등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중산층은 무너지는데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 사회적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 · 27 재보선에서 분당과 강원도 등에서 여당이 민심악화로 참패한 것도 여당의 정책 노선 수정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여당 대표를 7월4일에 뽑는데,출마한 7명의 후보들이 21만명의 당 유권자의 감정에 호소하면서 기름을 붓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한나라당이 7 · 4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위해 대기업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재계 때리기'에 대한 공식 입장을 '7 · 4 전대' 이후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대기업이 소득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의 원인이고 서민 경제를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일까.
대기업들은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실적이 좋았던 게 아니라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을 착취하고 납품가를 후려치는 방법으로 이익을 남겼던 것일까. 만약에 대기업마저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그 가족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핀란드의 노키아가 최근 애플에 밀리면서 국가 경제 자체가 흔들리는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그리고 국가 경제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말해준다.
여당이 대기업을 때리는 건 결국 내년 양대 선거의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 때문이다.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모든 잘못은 정치인이 아니라 대기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대외협력팀장은 "포퓰리즘은 분배중심의 정책과 계층 간 갈등 유발을 통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자기책임과 재산권,경쟁원리를 침해한다"며 "또한 과도한 재정지출로 나라살림을 위협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세금부담으로 돌아갈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허창수 회장은 "많은 대기업들은 대학에 다니는 임직원들의 자녀 등록금을 지원한다.
국가가 세금으로 이를 대신 내준다면 기업으로서도 이익이다.
그런데도 반값 등록금에 반대하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기업인은 나라의 먼 장래를 걱정하는데 정치인들은 당장 제 표만 챙기는 형국이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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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청문회는 CEO와 대안 마련하는 자리
외국에선 기업이 법을 어겼거나 국가 재정(세금)이 투입된 경우 중대한 경제현안 등에 한해 기업인들을 의회에 출석시킨다.
기업인을 불러 청문회(hearing)를 할 때에도 출석인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대부분이다.
지난 5월 미국 상원은 정유업체 최고경영자(CEO)를 청문회로 불렀다.
고유가로 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경기도 위축되는데 정유업체들의 순이익이 급증한 이유를 묻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CEO들은 오히려 정부가 정유업체에 대한 감세혜택을 없애려는 움직임에 강하게 반대했다.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CEO는 "현재 정유사들에 제공하는 감세는 보조금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적법한 혜택"이라며 "정유회사에 대한 감세 혜택을 줄이지 말고 국내 원유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장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미 의회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는 지난해 1월 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뱅크 오브 아메리카,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금융사의 수장들을 불렀다.
한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목적이지 CEO들이 수모를 당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청문회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영국 의회는 지난 3월 초콜릿 회사 캐드버리를 인수한 미국 크래프트 이사들을 청문회로 불러 자국 내 생산시설 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처럼 해외에선 기업인들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더라도 정치적인 보복 등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하게 펼칠 수 있는 분위기다.
허란 한국경제신문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