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25% 인상" 使 "동결"…매년 평행선 되풀이

● 무엇이 문제인가…후진적 협상문화ㆍ상호 불신 원인
최저임금위원회 노사 위원 모두가 집단 퇴진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가 먼저 인상률을 제시한 뒤 이를 토대로 논의가 이어진다. 따라서 노사 양측은 그럴 듯한 근거를 대며 터무니없는 인상률을 제시하기 일쑤다. 매년 노동계는 가급적 높은 인상률을,재계는 낮은 인상률을 제시해 노사 양측의 요구율 격차가 30%포인트 안팎에 달한다.

올해도 노동계는 25.2% 오른 시급 5410원을,재계는 동결을 각각 주장,노사 간 요구율 격차가 25.2%포인트에 달했다. 노동계는 이 정도 인상률을 관철시켜야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을 받아 생계가 유지된다는 이유를 달았다. 재계는 현재의 최저임금이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충분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시장 좌판에서 물건 흥정하듯,노사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치를 제시할까. 아직 협상문화가 후진적인 수준을 면치 못하는 데다 노사 간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그러다 보니 노동계는 우격다짐식으로 인상률을 가급적 높여야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고,사용자 측은 낮게 낼수록 더 줄일 수 있다는 상충된 이해관계가 작용한다.

노동계의 경우 조직논리에 휘둘려 더욱 높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단체협약에 명시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올해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80원 많은 시간당 4400원이다. 이들 노조가 산별 협상에서 더 높은 최저임금을 따내기 위해서는 전체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법정 최저임금을 더 받아내야 유리하다는 얘기다.

노사의 터무니없는 인상률 제시는 최저임금 결정권을 쥐고 있는 공익 위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공익 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앞두고 막판에 7~8%포인트 정도 격차의 범위율로 조정안을 제시한다. 노사 양측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단일 임금인상률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이번에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인 지난달 29일에야 2.9~10.9%의 조정안을 냈다. 공익 위원들은 이때부터 노사 위원들을 따로 만나며 어느 선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의견을 듣는다. 1일 새벽 수정 제시한 6.02~6.9%의 조정안도 노사 양측의 의견을 물은 뒤 내놓았지만 노사 양측으로부터 반발만 샀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파행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최저생계비,기업의 지급 능력 등을 고려해 정부나 공익 위원들이 적정 임금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