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代의 재무설계] '복리 효과' 극대화 시기…저축부터 늘려라

매일 커피 한 잔 값만 투자해도 30년후 2억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0세에 달한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 조만간 100세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경제활동을 하는 기간은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기간보다 은퇴 후 생활기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젊을 때 미리 노후를 준비하는 현명함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의 30대가 처해 있는 금융환경은 부모님 세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50~60대가 높은 금리를 기반으로 한 예 · 적금 위주의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생활을 영위했다면 지금은 좀 더 다양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30대 때부터 효율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들은 재무설계에 대한 개념부터 생소하다. 알고 있더라도 재무 목표가 구체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외식 여행 쇼핑 등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유행을 좇아 명품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소비를 줄이고 재무설계에 관심을 가진다면 30대에도 얼마든지 은퇴 준비를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비교적 장기간 투자할 수 있으므로 주식과 채권 위주의 적극적인 투자도 가능하다.

◆씀씀이부터 관리해야


30대는 자산 관리를 시작하는 첫 시기로 이 때 돈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후생활이 결정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은 흔히 재무설계를 통한 저축보다 소비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은퇴 준비에 나서면 시간의 힘,즉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30대는 어느 때보다 씀씀이 관리가 중요하다. 올바른 소비 습관으로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저축은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때가 소득 중 저축을 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시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급급한 30대에게 은퇴 후 미래를 준비하라는 충고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노후 준비를 늦출수록 노후생활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은퇴 후 필요자금을 최소 3억원으로 보고 투자수익률을 연 6%로 가정해보자.30세부터 노후자금을 모은다면 연 379만원을 저축하면 되지만,40세부터 시작할 경우 연 816만원을,50세부터 시작하면 연 2276만원을 저축해야 한다.

여기에 40세가 넘어가면 자녀 교육비 등으로 각종 소비자금과 생활비가 더욱 증가한다.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하므로 이 시기에 연간 1000만원 이상을 저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현명한 30대라면 소비금액의 규모를 줄여서 매월 꾸준히 저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층 연금구조 이해 필요


전문가들은 30대의 노후 대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안정적 수입원을 꼽는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 등으로 구성한 '삼각편대'를 기본으로 보는 이유다. 충분한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2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국민연금',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퇴직연금'과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한 '개인연금' 등 3층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노후 준비에는 '타이밍'이 아니라 '타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적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일찍부터 은퇴 준비를 시작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연금저축 등의 상품 이자가 복리로 계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 해라도 빨리 노후 준비를 하는 게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IMF세대'인 30대 중 · 후반은 결혼 후 내 집을 마련했지만,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불운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세대에 비해 비교적 남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복리상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35세 남성이 매월 10만원씩 복리상품에 30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연 6%일 때 1억56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8%와 10%일 때는 각각 1억4682만원과 2억1713만원으로 수익률이 클수록 차이도 크다.

◆'저축용'과 '투자용' 구분을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들은 대부분 결혼자금과 주택자금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후를 대비한 은퇴자금 마련도 이 시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시기는 출산 교육 주택 마련 등 다양한 재무 이벤트에 직면하는 시기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소득의 50%를,외벌이라도 최소 40% 이상은 저축해야 종잣돈 마련을 완성할 수 있다. 특히 소득공제 상품을 꼼꼼히 챙기고 자녀 교육보험 가입은 물론 어린이전용 펀드 가입 등을 통해 자녀의 재무적 독립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다만 30대의 적극적인 재테크 의지를 반영해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내집 마련 목표를 위한 자금은 저축용 상품과 투자용 상품으로 나눠 돈을 모아가는 방법이 있다.

주택청약 1순위 자격을 위해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활용하되 이 상품은 확정금리가 적용돼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자.주택청약종합저축을 통해서는 청약 대상 주택 규모별 예치금액(서울 · 부산 전용면적 85㎡ 이하 300만원 등) 위주로 저축하고,나머지 저축액은 주택자금 몫의 별도 적립식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을 통해 모아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노후자금을 목표로 연금상품에 가입할 때도 30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투자 비중이 높은 상품을 선택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무조건 고수익 · 고위험 상품을 고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소액이라도 장기 투자를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회사는 다양한 노후 대비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유용한 상품은 크게 연금보험,연금저축,연금펀드 등이 있다.

상품을 선택할 때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황금비율'을 연령대별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라면 안전자산 비중을 80%,위험자산을 20%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30대부터 안전자산 비중을 80%로 고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황금비율을 고민할 때는 시장의 흐름도 잘 읽어야 한다. 은행 · 증권사 PB는 물론 각종 뉴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30대 초반의 경우 소액이라도 장기적으로 투자해 은퇴 이후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투자법은 흔히 '카페라테 효과'로 알려져 있다. 하루 4000원의 커피값을 절약해 한 달에 12만원을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면 30년 후에는 얼마가 될까. 기대수익률을 6%로 잡으면 1억3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3%라고 가정하고 투자 수익률까지 더하면 1억9000만원이 된다. 커피 한 잔을 매일 저축하면 30년 후에는 2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처럼 30대 투자자들에게는 소액이라도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 행복한 노후를 대비하는 지름길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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