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劃에 담긴 감흥…드로잉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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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화랑서 15명 작품전…크리스티 경매에 1천억 몰려드로잉은 저마다 하나의 완성품이거나 다른 작품을 위한 본이다. 작가의 기술을 시험하는 연습장이며 감정과 생각을 담은 메모이기도 하다.
유화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드로잉과 수채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해외 경매에서도 유명 화가들의 종이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라파엘,피카소,마티스 등 외국 거장들의 드로잉은 수백억원대에 경매된다. '국민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김환기 이중섭 장욱진 등 국내 작가들의 드로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가에게 드로잉은 '생존의 호흡'이다. 드로잉에는 즉흥적인 감흥이 담겨 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화랑에서 내달 21일까지 계속되는 기획전 '일획'은 이 같은 감흥과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종이 작품 애호가를 겨냥한 이번 전시에는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샘 프란시스,안토니 곰리,리처드 세라,아니시 카푸어,주세네 페노네,시몬 한타이,류사오둥 등 외국 작가들과 이우환 정상화 김태호 김호득 서용선 유현경 윤향란 씨 등 국내 작가의 드로잉 38점이 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속에 자신만의 생각을 녹여내기 위해 한 획,한 획을 그려낸 작가들의 수많은 실험과 연습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됐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유명 작가들의 드로잉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의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닷컴이 발표한 '2010년 미술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낙찰 작품의 27.30%가 드로잉이었다. 1위인 회화(41.61%)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판화(19.72%)보다는 8%포인트 앞섰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회화 52%,드로잉 34%,판화 1.97% 순이었다. 컬렉터들이 유화뿐만 아니라 드로잉까지 폭넓게 소장하는 추세로 인해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지난 6일 런던에서 실시한 '올드 마스터 드로잉 및 수채화' 경매에는 186점 가운데 130점이 팔려 낙착률 71%,낙찰총액 1000억원을 기록했다. 소더비의 지난 1월 '올드 마스터 드로잉' 경매에는 454만달러(5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르네상스 거장 라파엘로의 드로잉 '뮤즈의 두상'은 2009년 12월 크리스티 런던 경매장에서 2920만파운드(552억원)에 팔려 세계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 경매시장에서는 드로잉 및 종이 작품에 대한 가치가 아직 저평가돼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