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파탄났다면 남편집있어도 무주택자

[한경속보]남편이 26년 동안 다른 여자와 동거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난 상태라면 배우자(부인)는 임대주택 세대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현행법은 가족 구성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만 무주택세대로 인정,영구임대주택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남편이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무주택세대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부인 김모씨(74)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 청구소송에서 공사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남편 강모씨와 사이에서 딸을 두는 등 사실혼관계를 유지했던 김씨는 1981년 정식 혼인신고를 마쳤다.하지만 남편 강씨는 혼인신고 2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잠적,가출 직후부터 다른 여성과 동거하며 혼외자를 두는 등 26년 동안 부부는 남남으로 살아왔다.남편 강씨는 1984년 김씨를 상대로 이혼청구 소송을 냈다가 기각당하자 또다시 자취를 감추고 김씨를 피해다니기도 했다.

한편 김씨는 2008년 무주택세대주 자격으로 서울 강북구 소재 영구임대주택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거주해왔으나,공사는 “김씨의 법률상 남편인 강씨가 같은 해 대전시에서 다세대주택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임대계약은 해지됐다”고 통보했다.임대계약 기간에 가족 구성원이 다른 주택을 소유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도록 약정했기 때문이다.이에 김씨는 남편 강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이혼을 한 뒤 공사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임대주택공급제도의 목적에 비추어볼때 배우자가 임대차 기간 전후로 세대주와 동일한 세대를 이룬 바 없고 앞으로 이룰 가능성이 없는 법률상 배우자에 불과할 경우에는,배우자가 다른 주택을 소유하게 되더라도 계약해지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반면 1심과 2심 재판부는 “별거 상태인 배우자를 세대원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취지로 김씨 패소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