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지자에 등 돌린 한나라 전당대회

한나라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고 홍준표 의원을 새 당대표로 뽑았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한나라당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이념과 가치를 버린 정당이 보여줄 수 있는 혼란스런 주의 주장들이 난무했다. 애초부터 한나라당 선거에는 국민들은 물론 한나라당 당원까지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27%에 그친 낮은 투표율이 이를 잘 드러낸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대부분 포퓰리스트에 불과했다. 선거 공약에서 별 차이가 없다 보니 경쟁 후보에 대한 중상 모략과 욕설, 비방이 난무했다. 낮은 투표율은 총선 대선에서의 낮은 지지율로 갈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만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누가 한나라당의 대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 단지 집권 여당이 이념과 가치를 분명히 하고 국정 방향에 대한 전망이 가능한 그런 정치행사를 열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선거전이 시작되면서부터 후보들은 포퓰리즘 경쟁에 돌입했고 앞다퉈 한나라당의 가치를 먼저 내던져버리기에 바빴다. 전당대회가 혼란을 수습하고 이념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이미 난파선이 되었다는 사실,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무정견이라는 사실, 대중주의에 백기투항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여주고 말았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 의장이 취임한 뒤 두 달 동안 반값등록금 무상복지 등 혼란스런 모습이 발전적으로 수습될 가능성은 이로써 사라졌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누가 대중을 마취시키고 나라의 장래에 마약을 뿌리고 있는지를 경쟁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차라리 누가 더 큰 금액의 공짜를 약속하는지 경매에 부쳐 정하는 것이 좋지나 않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민주 정치는 곧 정당정치이기 때문에 정당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 같은 정당 구도 아래에서 사려 깊은 국민이라면 그 어느 정당도 선택하기 어렵게 되고 말았다.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당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까지 말했을 정도다. 홍 대표 선출을 축하하기에는 너무도 걱정스런 전당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