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김치본드' 발행 못한다

정부, 금융사 매입 금지키로 "외채증가ㆍ원화강세 부채질"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기업이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김치본드)을 매입하지 못하게 된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회사가 인수하는 원화 용도의 김치본드는 사실상 외화대출의 변종으로 보고 한국은행의 외환업무 취급 규정을 개정해 이를 막기로 했다. 현재 한국은행 외화대출 취급 지침에서는 중소기업 시설자금 대출을 제외한 원화 용도 외화대출과 외화표시 사모사채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 지침을 강화해 외화표시 공모사채 발행까지 제한,김치본드가 발행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 용도의 김치본드는 기업이 국내에서 금융회사를 상대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고,여기서 얻은 외화를 원화로 바꿔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외채 증가와 원화 강세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지난 4월 말 "김치본드 발행 규모가 1분기에 벌써 지난해 발행량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발행이 급증해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며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김치본드는 70%가 원화를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되고 있는 등 형식만 외화채권일 뿐 사실상 외은 지점 등에 의한 원화 사용 목적의 외화대출과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방안이 확정되기 전 김치본드를 많이 인수한 일본계 은행들은 "부작용을 충분히 인식했으니 전면 금지는 막아달라"는 의견을 정부에 개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치본드가 일본계 은행을 중심으로 크게 늘면서 단기 차입 증가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 4월 김치본드를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발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치본드에 대한 과세도 강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에는 김치본드에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외화표시 채권의 이자와 외국 통화로 표시된 유가증권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소득세나 법인세를 비과세하는 면세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에 발행된 김치본드도 과세 대상이 될 것이지만 전체 외화표시 채권 등의 과세를 주장하는 것이어서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김치본드

국내에서 달러화 등으로 발행되는 외화표시 채권.외화 유동성이 풍부해 조달금리가 원화 채권보다 낮을 때 발행 수요가 늘어난다. 국내에서 원화로 발행되는 채권은 아리랑본드라고 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