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사랑에 빠진 쇼팽의 왈츠와 함께


'피아노의 시인' 쇼팽(1810~1849)은 빅토르 위고와 발자크 같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받고 프랑스 파리의 살롱에서 수많은 명곡들을 썼다. 그의 창작 뒤에는 사랑하는 여인 조르주 상드가 있었다. 상드는 파리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여성 소설가. 활달한 성격에 남장을 하고 다닌 상드와 수줍음을 잘 타는 내성적인 청년 쇼팽은 곧 사랑에 빠졌고 둘의 인연은 10년 이상 이어졌다.

상반된 성격을 지닌 상드와의 격렬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쇼팽이 작곡한 왈츠곡에는 멜랑콜리한 섬세함과 남성적 격렬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가장 화려하고 유쾌해 '화려한 대왈츠'라는 별칭이 붙은 1번과 7번은 특히 그렇다. 당시 슈만은 "왈츠에는 머리의 왈츠,발의 왈츠,마음의 왈츠가 있는데 첫 번째는 텅 빈 머리를 3박자에 맞추어 끄덕이며 써내는 왈츠,두 번째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처럼 어느 순간 모두 춤판에 끌려들어가는 왈츠,마지막은 그리운 추억과 이루지 못한 꿈들로 황홀감을 고조시키는 쇼팽의 왈츠"라고 극찬했다. 쇼팽의 왈츠를 들으며 낭만주의가 꽃피던 파리의 살롱에 앉은 기분으로 아름다운 추억들을 꺼내보는 건 어떨까.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