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미만 '자투리 펀드' 연내 644개 정리

연금 등 稅혜택 펀드는 제외
1882개 중 34% 우선 없애
펀드 갈아타면 판매 수수료 면제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이른바 '자투리 펀드'가 일괄 정리된다.

금융투자협회는 적립식 펀드를 포함한 추가납입형 펀드 3318개 중 19.4%인 644개를 올해 안에 일괄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5일 발표했다. 해당 펀드를 운용해온 자산운용사는 회사별로 펀드 정리계획을 만들어 이달부터 월별로 소규모 펀드를 정리하게 된다. 지나치게 많은 펀드가 난립하면서 펀드매니저가 소규모 펀드를 방치하고 펀드 운용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매달 판매 및 운용보수만 챙겨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돼 온데 따른 것이다.

◆50억원 미만 펀드 중 34%가 정리 대상

연내 정리 대상 펀드가 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1882개)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에서 보듯이 펀드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정리 대상은 증권투자회사법과 증권투자신탁업법 등을 통해 한 번 걸러진다. 펀드가 처음 만들어진 뒤 1년 이상 설정액이 50억원에 못 미치거나,설정 1년을 넘은 펀드 중 한 달 동안 50억원에 미달한 적립식 및 추가적립 가능 거치식 펀드가 대상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자산운용사가 임의로 해지할 수 있는 펀드는 총 1386개다. 이 중 연금펀드 등 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펀드는 정리되지 않는다. 퇴직연금펀드도 마찬가지다. 금투협 관계자는 "퇴직연금펀드는 펀드 설정액이 불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감안해 정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설정 후 수익률이 너무 나빠 투자자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펀드도 마찬가지다. 투자자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기준은 해당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의 논의에 따라 결정했다. ◆일부 투자자 "고통 분담해야" 반발

정리 대상 펀드로 결정되면 자산운용사는 해당 펀드의 정리 계획을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등에 공시한다. 이후 전화통화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일일이 펀드 정리 사실을 고지하게 된다. 투자자가 정리 시점까지 펀드를 환매하지 않으면 운용사는 투자금을 임의로 환매해 투자자들의 계좌로 이체한다. 투자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환매한 것이 아닌 만큼 정리 시점의 수익 여부에 관계없이 중도 환매수수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가 해당 운용사가 운용하고 있는 다른 펀드에 가입할 경우 판매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투자자가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당하게 된 만큼 이를 조금이라도 보상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무분별한 펀드 설립과 소규모 펀드 방치에 대한 책임은 금융투자업계에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미투(me too · 다른 업체를 베끼는 것) 상품'을 쏟아내듯이 특정 펀드가 유행하면 비슷한 상품을 쏟아낸 자산운용사들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며 "투자자에게만 피해를 전가할 것이 아니라 운용사들 역시 '고통분담'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