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못 믿을 주택가격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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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발표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있어 정정했습니다. 다시 보내드리죠."
정부 위탁을 받아 매달 주택가격통계를 내는 국민은행 담당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달 초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중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의 5월 수치에 오류가 있었다는 해명이었다. 당초 국민은행 발표 자료에는 5월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전국 평균 58.4%였다. 국민은행 담당자에게 "5월에 발표한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선 59.0%였는데 6월 자료에선 왜 58.4%로 바뀌었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달부터 신축 아파트를 넣어 표본 수를 2만355채에서 2만1600채로 늘리면서 5월 수치도 일부 보정한 결과"라고 대답했다. 또 "6월 데이터가 급변동할 수 있어 5월에도 확대한 표본을 적용해 다시 산출했다"고 덧붙였다.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6월 신축 아파트라면 5월 매매가나 전세가 자료 자체가 없을 텐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의문점을 다시 묻자 국민은행 담당자는 갑자기 설명을 바꿨다. '보정'한 결과가 아니라 데이터를 뽑는 과정에서 버그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주택가격지수 기준 시점이 2008년 12월(지수 100)에서 올해 6월로 변경되면서 데이터 산출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생겼다"고 말했다. 결국 5월 전세가율은 59.0%가 맞다며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작은 소동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뒷맛은 개운치가 않다. 5월 전세가율이 59.0%라고 나오자,지난달 주요 언론은 "전세가율이 60%에 육박해 집값을 밀어올릴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전세가율은 당시 7년 만의 최고치였다. 집값 상승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통계치인 것이다. 의심을 살 만한 구석은 또 있다. 국민은행은 내년이면 2010년 인구 · 주택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표본 아파트 수 등을 개편할 계획이다. 이를 1년 정도 남겨두고 갑자기 표본을 늘린 것은 전셋값이 싼 신축 아파트를 넣어 전세가율을 떨어뜨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결국 6월 전세가율은 58.5%로 7년 만에 처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통계자료 첫 페이지에는 '국가승인통계'란 표현이 붙어 있다. 국가승인통계를 작성 · 발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장규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정부 위탁을 받아 매달 주택가격통계를 내는 국민은행 담당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달 초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중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의 5월 수치에 오류가 있었다는 해명이었다. 당초 국민은행 발표 자료에는 5월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전국 평균 58.4%였다. 국민은행 담당자에게 "5월에 발표한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선 59.0%였는데 6월 자료에선 왜 58.4%로 바뀌었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달부터 신축 아파트를 넣어 표본 수를 2만355채에서 2만1600채로 늘리면서 5월 수치도 일부 보정한 결과"라고 대답했다. 또 "6월 데이터가 급변동할 수 있어 5월에도 확대한 표본을 적용해 다시 산출했다"고 덧붙였다.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6월 신축 아파트라면 5월 매매가나 전세가 자료 자체가 없을 텐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의문점을 다시 묻자 국민은행 담당자는 갑자기 설명을 바꿨다. '보정'한 결과가 아니라 데이터를 뽑는 과정에서 버그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주택가격지수 기준 시점이 2008년 12월(지수 100)에서 올해 6월로 변경되면서 데이터 산출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생겼다"고 말했다. 결국 5월 전세가율은 59.0%가 맞다며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작은 소동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뒷맛은 개운치가 않다. 5월 전세가율이 59.0%라고 나오자,지난달 주요 언론은 "전세가율이 60%에 육박해 집값을 밀어올릴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전세가율은 당시 7년 만의 최고치였다. 집값 상승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통계치인 것이다. 의심을 살 만한 구석은 또 있다. 국민은행은 내년이면 2010년 인구 · 주택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표본 아파트 수 등을 개편할 계획이다. 이를 1년 정도 남겨두고 갑자기 표본을 늘린 것은 전셋값이 싼 신축 아파트를 넣어 전세가율을 떨어뜨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결국 6월 전세가율은 58.5%로 7년 만에 처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통계자료 첫 페이지에는 '국가승인통계'란 표현이 붙어 있다. 국가승인통계를 작성 · 발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장규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