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복잡ㆍ실세에 찍혔다"…공직 음해 '막장'

공기업 인사 앞두고 '극성'…靑 "인재 발탁 차질" 개탄
金총리 "비방ㆍ투서 엄단"

김황식 국무총리가 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인사 대상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투서를 점검하고 적발된 사항을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국무위원은 근거 없는 비방과 투서를 철저히 가려 책임을 물어달라"고도 했다. 공직 사회의 비방과 투서가 어느 정도이기에 총리가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했을까.

◆기관장 인사철 앞두고 투서 쇄도총리실 관계자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인사 등과 관련한 음해성 투서,루머들이 나돌고 있다는 보고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6월 발생한 해병대 인사 관련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해병대 장성 인사 직후 A장성이 지방에 근무하며 정권 핵심 실세에게 수억원의 돈을 건넸고 덕분에 경쟁자를 제치고 진급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군은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짓고 해병대 B장성에 대한 보직해임을 국방부에 건의했다.

청와대에도 이명박 정부 2기 공기업 사장 인사를 앞두고 투서가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임이 불발된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은 임기를 8개월가량 앞둔 지난해 12월부터 '정권 실세에 밉보였다' '개인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 등 각종 음해성 루머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회사 감사실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유언비어 차단 긴급 지시'라는 공문을 보내 "유언비어를 전파하거나 단순 문의하는 사례라도 확인될 경우 해당자는 물론 상급 관리자까지 문책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사장이나 임원직 경쟁자,승진 탈락자,원하는 보직을 받지 못한 직원 등이 음해성 투서나 루머의 진앙지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최근 C공사 사장직에 공모한 D씨는'모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투서가 접수되는 바람에 임명 직전 인사절차가 정지됐다가 확인작업을 거친 뒤에야 정식 임명됐다. 모 공기업의 유력 사장 후보였던 한 인사는 '전직 대통령 부인의 사촌'이라는 거짓 투서로 곤욕을 치렀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준규 현 검찰총장은 2년 전 후보 물망에 올랐을 때 "호화요트를 즐기고 다녔다,미스코리아 출신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등의 음해성 투서들이 청와대에 접수되기도 했다. ◆'여자관계,뇌물…'흑색선전 난무

인사철을 앞두고 투서와 매터도(흑색선전)가 난무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투서 유형도 다양하다. 청와대와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투서는 주로 우편을 통해 전달되고 있고 이따금 팩스를 통해 접수되기도 한다. 심지어 경쟁 후보에 관한 투서를 아예 책으로 편집해 배달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식의 육하원칙까지 동원,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적은 장문의 편지 형식 투서는 일반적이다. 여자 관계,향응 접대,부동산 투기,뇌물 수수,실세에 줄 대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과거 정권과의 유착 관계도 등장한다. 부인이 바람을 피웠고,그림을 받았다는 것도 단골이다. 특정인을 겨냥해 "재임 기간에 해먹은 게 많기 때문에 연임되면 안 된다,연임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협박성 투서들도 들어온다. ◆"투서 때문에 인재 놓쳐"

청와대 한 관계자는 "개각 얘기만 나오면 투서들이 쏟아진다"며 "문제는 투서들을 일일이 검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인선 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급할 땐 투서 대상이 되는 인물을 아예 제쳐 놓다 보니까 인재를 놓치는 사례도 다반사"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후보로 언론에 언급되는 순간 투서가 난무하기 십상이고,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사가 밀실에서 이뤄지다보니 투명성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영식/김정은/주용석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