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층 테크노마트 '흔들'] "위·아래로 진동은 이례적"…건물 지지하는 기초 구조물 파손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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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동 원인은…서울시와 광진구는 39층짜리 테크노마트 빌딩이 심하게 흔들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대동한 정밀진단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정확한 원인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계ㆍ건물 진동 주파수 동시에 일치해 흔들렸을 수도
원래 모래사장이었던 곳…'폭우로 지반 더 약화' 분석도
◆건물 지지 기초구조물 파손 가능성이번 테크노마트 프라임센터는 위아래로 흔들렸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고층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은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지만 상하로 흔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해당 시간에는 지진파가 관측되지 않았다. 건물 내부 이상이거나 주변의 토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무엇보다 건물 지지 기초구조물이 파손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상환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10분간 지속적으로 흔들렸으면 모터 등 기계의 진동 주파수와 건물의 진동 주파수가 순간적으로 일치한 때문일 수 있지만 간헐적으로 흔들렸으면 건물 구조나 지반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므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수직으로 힘을 떠받치는 기둥이 부러졌거나 기초구조가 파괴됐을 때 상하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재진 한국구조물진단연구원장은 "미세한 지반침하나 지반변형이 지속되면서 건물구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슷한 진단을 했다. 그는 "건물을 지탱하는 철근콘크리트의 접합부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건물 전체가 아닌 일부 구간에 진동이 발생한 것과 관련,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수평 슬래브 바닥이 부분적으로 진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테크노마트의 지반이 약해져 흔들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998년 건물이 세워지기 전에는 모래사장과 쓰레기 매립장이 있던 곳이었다. 모래사장은 일반 토지에 비해 지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권기혁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테크노마트가 한강변에 자리잡은 건물임을 고려하면 최근 폭우로 뻘 지형에 물이 유입해 수위가 변하면서 건물을 움직였을 수 있다"며 지반 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건물 상태 더 악화되지 않을 것"
광진구와 테크노마트 관리회사인 프라임산업 측은 이날 "건물 상태가 더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종용 광진구 부구청장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흔들림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건물 상태가) 더 악화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프라임산업의 박흥수 사장도 "일시적 흔들림으로 보이지만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원인을 정밀 진단해 하루빨리 건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건물 내 영화관 또는 피트니스클럽에서 나오는 소음이나 진동이 전달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테크노마트는 1년에 정기적으로 두 차례 검사를 받고 있다. 정기검사와 별도로 4년마다 받는 정밀안전진단을 받았던 2008년에는 B등급을 받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조병준 광진구청 치수방재과장은 "최소한 3일 동안 전문조사업체와 함께 건물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공업체였던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을 담당했던 직원들이 구청 측과 회의를 하고 있다"며 "흔들림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강경민/이현일/양병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