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제로' 안전 일터 만들자] (3) 일터에서 '꽈당'…年 2만여명 '골병' 든다

● (3) 늘어나는 '넘어짐 재해'

서비스업서 빈번하게 발생…6개월 미만 근로자가 절반
작년엔 97명이나 사망…미끄럼방지 등 안전수칙 필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대기업 C사의 구내식당에서 일하던 김모씨(64)는 최근 주방에서 일하다 고관절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하얀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착용한 뒤 설거지 마무리 작업을 위해 바깥 배식대 쪽으로 돌아서던 김씨는 바닥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바닥에 물이 흥건히 묻어 있는 상태에서 무심코 방향을 틀다가 장화가 미끄러진 것이다. 이 사고로 김씨는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이고 식당일은 하지 못한다.

서울 시내 H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는 배모씨(50)는 지난 3월 학생들의 점심식사를 준비하다가 심한 화상을 입었다. 배씨는 이날 메뉴인 국수를 삶기 위해 커다란 솥에서 물을 끓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솥에 물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끓인 물을 옮기다가 변을 당했다. 두손으로 솥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던 중 젖은 바닥에 발이 미끄러지면서 뜨거운 물이 몸쪽으로 쏟아진 것이다. 배씨는 얼굴과 가슴에 심한 화상을 입고 입원,치료 중이다. 넘어짐 재해는 일터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다. 지난해 전체 재해자 9만8645명 가운데 넘어짐 재해가 21.5%(2만1242명)로 가장 많았다. 넘어짐 재해의 51.4%(1만914명)가 서비스업에서 발생하며 특히 바닥이 미끄러운 음식 조리장 등에서 많이 일어난다. 제조업(20.9%)과 건설업(18.9%) 등 전통적인 산업현장에서보다 훨씬 빈발하고 있다. 계절별로는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어는 겨울철에 다른 계절보다 20% 정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산업안전보건공단 측은 추산하고 있다.

보행로나 복도를 가로질러 놓인 전선이나 케이블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많다. 바닥의 청소 상태가 좋지 않거나 작업현장의 정리정돈이 제대로 안돼 일어나기도 한다.

넘어짐 재해를 형태별로 보면 미끄러짐이 39.8%로 가장 많고 헛디딤 15.6%,물체가 넘어짐 14.9%,걸려 넘어짐 11.7% 등의 순이었다. 넘어짐의 유발 요인을 보면 미끄러운 바닥이 44.2%로 가장 많고 물 14.5%,계단 13.3% 등으로 분석됐다. 넘어짐 재해는 뼈가 골절되거나 부러지는 경우는 많지만 전체 산재 사고에 비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해 전체 산재 사망자 2200명 가운데 넘어짐 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4.4%(97명)에 불과했다. 전체 산재 사고에서 넘어짐 재해가 차지하는 비율(21.5%)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다. 근무경력을 보면 입사 6개월 미만 근로자가 51.9%(1만1015명)로 가장 많아 업무가 미숙할수록 넘어짐 재해를 많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전문가들은 넘어짐 재해 방지 대책으로 △미끄럼 방지 신발과 바닥재 사용 △계단 끝단 부위 미끄럼 방지 테이프 부착 △부품 이동 시 전방시야 확보 △바닥 물기와 기름기 제거 등을 제시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김정수 연구원은 바닥에 물기가 많은 식당이나 기계 기름이 떨어지기 쉬운 제조 공장에서 넘어짐 재해가 많이 일어난다"며 "넘어짐 재해를 막으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미끄럼 방지 신발과 바닥재 사용 등의 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