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퀴하던 강남역 지하상가, 백화점 수준 패션매장 변신

● 195억 투입해 리뉴얼…15일 재개장

최신 공기청정기·냉방시설…330㎡ 규모 이벤트홀까지
휴대폰 위주 매장서 의류·잡화 중심으로 재편
"상가 전체가 산뜻하게 변했다는 소문이 나면 금방 손님들이 몰려올 겁니다. "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온풋'이란 상호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윤장원 사장(37)은 "리뉴얼 공사 전에는 핸드폰 가게를 하다가 이번에 신발가게로 업종을 바꿨다"고 6일 말했다. 재개장을 앞둔 강남역 지하상가는 벌써부터 분주하고 활기가 넘쳤다. 전체 224개 점포 중 절반은 이미 문을 열었다. 나머지 절반은 물건을 진열하느라 상인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330㎡(100평) 크기의 이벤트홀에서 무대와 객석 설치 공사에 매달린 인부들의 망치 소리가 울리는 등 일부 공간은 마무리 공사 중이지만,전반적으로는 깔끔하고 쾌적한 쇼핑공간으로 변신했다. 장마철이면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고 미세먼지로 뒤덮인 옛날의 지하상가가 아니었다.

강남역 지하상가는 195억원을 들인 10개월간의 전면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오는 15일 패션전문상가로 거듭난다. 상인 180명이 주주로 참여한 상가관리회사 ㈜강남역지하쇼핑센터는 이날 재개장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회사는 매년 협의를 거쳐 서울시에 임대료(올해는 43억여원)를 내는 조건으로 2019년까지 상가 관리운영권을 확보했다.

강남역지하쇼핑센터는 바닥과 천장에 고급 건축자재를 사용하고 조명을 밝게 해 마치 고급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느낌을 주도록 했다. 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쇼핑객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공기를 정화하고 최신식 냉난방 시설을 갖춰 쾌적한 쇼핑공간으로 꾸미는 데 역점을 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상품도 다양해졌다. 리뉴얼 전인 작년 8월까지만 해도 휴대폰 매장이 주류를 이뤘지만,앞으로는 의류,신발,잡화,화장품,액세서리 등 패션전문점들이 이 상가의 간판 매장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런 매장 구성(MD) 변경에 따라 분식점,보석점 등 비주류 점포들이 패션상품을 파는 가게로 변신했다. 김진원 강남역지하쇼핑센터 대표도 1983년 상가 개장 이래 운영해온 귀금속 가게를 의류점으로 바꿨다.

여성캐주얼 가게를 운영하는 조미숙 사장(52)은 "여기는 주머니가 얇은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이어서 내수경기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라며 "상인들이 많은 비용을 분담해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한 만큼 큰 성과가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벤트홀을 마련한 것도 전국 지하상가로는 처음이다. 330㎡ 규모다. 각종 문화행사와 공연 등을 벌이고,행사가 없을 때는 소비자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 회사는 이사회에 자문해주는 12명의 원로 상인들로 자문단도 꾸렸다. 윤종희 자문단 위원장은 "정식 개장을 하기 전이지만 벌써 방송사들의 연예 프로그램 녹화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루 유동인구가 40만명에 이르는 입지 덕분이라는 게 윤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상가는 서울시가 관리하고 임대료를 받는 형태로 출발해 세월이 흐르면서 개인끼리 매장을 사고 파는 식으로 바뀌었다. 이런 탓에 백화점처럼 일관된 매장 구성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