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2018] 이제 3만 달러로 가자…그래야 평창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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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코리아' 열정 되살려야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2018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한국에 세계인들의 찬탄이 쏟아지고 있다. 두 번이나 좌절했던 평창이 도전장을 다시 내밀어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낸 끈기와 치밀함,정파와 지역 갈등을 뛰어넘어 한마음으로 뜻을 모은 한국인의 열정에 놀라고 있다.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7일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30년 전 독일 바덴바덴의 감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기업과 정부 등 각계가 하나가 돼 일궈냈던 '주식회사 코리아'의 힘을 재가동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회사 코리아란 별칭을 얻었던 한국 정부와 기업 간 탄탄한 파트너십이 이번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재현됐다"며 "한국의 주요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단합해 리더십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세 차례나 동계올림픽 개최 경쟁에 나선 한국인들의 집요함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꼴찌로 탈락한 프랑스의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가 "평창에 역부족이었다"고 인정할 만큼 한국의 승리는 완벽했다.
서울올림픽이 '한강의 기적'을 전 세계에 알린 행사였다면,7년 뒤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에 어울리는 고급 스포츠 축제다.
한국의 제조업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반도체 자동차 전자 기계 조선 중공업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들은 세계를 휩쓸고 있다. 30여년 전 미국 팝송을 즐겨 듣던 한국 젊은이들은 이제 유럽으로 K팝을 전하고 있다. 서양의 독무대였던 클래식 음악 경연장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도 한국 젊은 인재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골프의 최경주와 양용은,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스피드 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승훈,수영의 박태환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선진국형 선수들이다. 30년 전 서울올림픽 유치는 국가 에너지를 총동원하는 것이 가능했던 민주화 이전 시대의 일이다. 하지만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총화를 자발적으로 이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파가 다른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이 하나가 됐고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여야도 유치 과정에서는 힘을 합쳤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국민의 유대의식과 성취감을 높이고 한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무형의 가치가 크다"(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동계올림픽이라는 체육 행사를 국운 융성의 기회로 활용하려면 정치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당의 이념마저 내팽개치고 당선만을 목적으로 뛰는 것은 사회 갈등만 부추긴다. 다양한 개성이 모인 사회에서 합의를 모아가는 정치권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현승윤 경제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