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자동차들의 '007 액션'

애니메이션 '카2' 21일 개봉
스포츠카가 강철 로프를 이용해 선박 위로 뛰어오른다. 그 곳에서 다른 차들이 음모를 꾸미는 현장을 카메라로 포착한다. 곧 정체가 탄로나고 추격전이 펼쳐진다. 스포츠카는 소위 007을 연상시키는 스파이이고 다른 차들은 악당 패거리다. 차들이 펼치는 첩보 액션은 '007' 시리즈 영화만큼이나 박진감이 넘친다.

애니메이션 왕국 픽사가 제작한 '카2(사진)'는 사람 대신 차들을 의인화해 전개한 애니메이션.미국 시골 출신 스포츠카 라이트닝 매퀸과 그의 친구인 견인차 메이터가 세계 그랑프리 대회를 위해 모험을 떠나 뜻하지 않게 국제 첩보전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차량들 간 정서적인 교감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자동차 특유의 다이내믹함도 잃지 않았다. 차들의 모험뿐 아니라 일본 이탈리아 영국 등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로케이션도 볼거리다. 일본의 기모노와 스모,영국 런던의 시계탑 빅벤과 왕궁 등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각국의 문화 유산을 간접 체험토록 이끈다.

그러나 자동차 경기와 첩보전이란 두 개의 기둥줄거리가 매끄럽게 녹아들지는 못했다. 두 주인공은 첩보전과 상관없이 자동차 경주란 그들의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때문에 첩보전이란 단순한 볼거리를 추가한 데 지나지 않은 느낌이다.

'카2'는 원래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그려내고자 한 듯 싶다. 실수투성이의 사고뭉치 메이터는 친구 매퀸을 난관에 빠뜨리지만 결국 그를 구해낸다. 의리와 우정이 있다면 작은 흠결은 문제될 게 없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러나 메이터가 성과를 냄으로써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는다는 점에서 참다운 우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성공지상주의에 빠진 주인공이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전편의 주제 의식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21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