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빌딩 임대 전쟁] 2015년까지 매년 63빌딩 8개 규모 신축…여의도·종로 '공급폭탄'
입력
수정
서울지역 수급 어떻길래…
수도권으로 수요분산…서울 공실률 고공행진
무상 임대기간 감안하면 임대료 '반토막'
서울 광화문에서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사이 종로길을 걷다 보면 공사장 펜스가 수시로 나타난다. 청진1 · 5 · 8지구를 비롯 청진12~16지구,중학구역 등에서 오피스빌딩을 짓기 위해 흙막이 공사나 터파기 공사,골조 공사 등을 진행 중이다. 종로거리의 낡은 건물들이 도시환경정비사업(옛 도심재개발) 바람을 타고 고층 오피스빌딩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앞서 준공했거나 준공이 임박한 장교구역 6지구(시그니쳐타워),저동1지구(101파인에비뉴),을지로2-5지구(센터원) 등 청계천 변 오피스빌딩들은 임대 전쟁 중이다. 이들에 이어 종로구 중구 등 서울 도심에서 2015년까지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도심빌딩 바겐세일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만성적 공급 초과 예상
부동산자산관리회사인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작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서울에서 752만㎡의 오피스빌딩이 공급된다. 해마다 여의도 63빌딩(연면적 16만㎡) 8개 규모인 125만㎡의 빌딩이 새로 등장하는 셈이다. 서울 전체의 누적 공급 물량은 2009년 2049만㎡에서 2015년 2800만㎡로 36.7% 늘어난다. 향후 6년간 공급 물량 가운데 도심 물량이 201만㎡(26%),여의도권 196만㎡다. 41만㎡에 불과한 강남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공급 물량이 많다. 공급은 늘어나는데 비해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지역 사무직 종사자는 2000년 187만명에서 작년 224만명으로 증가했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줄어든다. 임대료가 낮은 수도권 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오피스 · 상가 개발업체인 더브릭스의 김상태 사장은 "향후 5년간 오피스시장이 만성 공급 과잉 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공실률 고공행진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호황이었다. 공실률은 오피스빌딩 업계에서 자연 발생 수치로 판단하는 5%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7~8%까지 뛰었다.
국내 경제 전반이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강남권과 여의도는 대규모 공실 사태에서 벗어났지만 도심에선 빈 사무실이 여전히 많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도심 빌딩(지상 8층 이상 · 연면적 3300㎡ 이상) 공실률은 작년 4분기 10.34%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고 있지만 현재 7.5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도심 공실률은 다시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오피스 업계의 전망이다. 무상 임대 기간 제공 등에 힘입어 공실률이 하락 반전했지만 대형 오피스빌딩 준공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다.
임대료는 사실상 반토막났다는 게 정설이다. 표면적인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무상 임대 기간을 감안하면 10만원을 웃돌던 대형 오피스빌딩의 3.3㎡당 월 임대료는 절반 수준인 5만~6만원대로 떨어졌다. 부동산투자자문 업체인 알투코리아의 김태호 이사는 "한 번 입주한 회사는 인테리어 투자비,이사 비용 등 때문에 나가기 어려워 2기 임차기간엔 정상적인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빌딩주들은 기대한다"며 "하지만 공급 물량이 워낙 많아 임차인을 계속 붙잡아 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박한신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