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워치] 미국이 국가 부도?…빚 돌려막는 정부, 의회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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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한도 증액협상 '아슬아슬'…美 디폴트 가능성은
빚 얼마나 많길래
부채규모 14조弗…GDP 육박
재정적자 1조6450억弗 달해
민주-공화 "공멸은 막자"
사회복지비 삭감·증세 등 10일 협상서 절충안 찾을 듯
빚으로 버텨온 미국 연방정부가 초유의 부도 사태를 맞을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정부와 의회가 부채한도를 늘리기 위해 벌이는 협상이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오는 22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불가피하다.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를 감안할 때 누구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경우다.
◆부채규모 GDP 육박미 정부의 부채는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심각한 재정적자와 갈수록 높아지는 부채 비율 때문에 위기가 깊어졌다. 재정적자는 세입보다 세출이 많으면 발생한다. 지출은 갈수록 늘어나는 데 비해 정부의 수입인 세수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 덫에 걸렸다.
백악관이 추정한 올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세수는 2조1740억달러지만 지출해야 할 돈(예산)은 3조8190억달러에 이른다.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인 1조6450억달러로 예상된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는 의회만 쳐다보고 있다. 정부가 외부에서 빚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부채한도(14조2940억달러)를 내년 말까지 2조4000억달러 더 늘리도록 승인해 달라는 것이다. 이게 그리 간단치 않다.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15조8130억달러다. 정부 요구대로 한도를 증액하면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간다. 미국인 모두가 1년 생산활동한 성과를 고스란히 투입해도 다 갚지 못하는 빚이다. ◆의회 OK 받아야
미국은 연방정부의 총 부채한도를 의회가 통제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무분별한 차입과 지출을 통제해 재정 건전성을 달성하자는 취지였다. 1939년 이 제도를 도입해 1940년 6월 첫 한도를 490억달러로 설정했지만 이후 거의 해마다 늘려야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한도가 1조달러를 돌파한 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인 2008년 6월 10조달러를 넘어섰다. 빌 클린턴 정부 때인 1997~2001년에는 재정흑자 덕분에 부채한도가 5조9500억달러 선에서 겨우 유지됐다.
부시 정부로부터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유산을 물려받은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부채는 늘어났다. 지난해 2월까지 세 차례 증액해 부채한도가 14조2940억달러에 달했다. 8000억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 자금을 지출한 데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급감한 탓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정부가 지출하는 1달러 중 약 40센트는 빚내서 충당하는 것"이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빚내서 지출하고 빚(국내외에서 발행한 국채 원리금과 법적으로 지출해야 할 사회보장비 등 포함)도 갚아야 하는 게 미국 정부다. 재정흑자가 나지 않는 한 부채한도 증액이라는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 타기'와 같다.
◆복지냐,세금이냐
지출을 줄이거나 세수를 늘려야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가 해소된다. 야당인 공화당은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요구에 과감한 지출 감축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정부의 가장 큰 재정적자 요인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할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대상의 의료보험)와 메디케이드(서민층 의료보험),각종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비다. GDP에서 차지하는 정부의 지출 비중은 2001년 18.2%에서 2009년 24.7%로 높아졌다. 증가분 6.5%포인트 가운데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사회보장비가 절반 정도(2.3%포인트)를 차지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복지 지출은 유지하되 세수를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의 부유층과 석유메이저 등 기업에 대한 감세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은 7일 백악관에서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논의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10일 추가 협상을 갖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매우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만남이었다"고 자평했다. 양측이 양보와 절충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왔다.
부채한도가 늘어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의회가 1941년부터 78번이나 벼랑 끝 협상을 하면서도 부채한도를 매번 증액한 까닭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