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수명이요?"…삼성 휴대폰 개발팀 뺨친다는 피자 개발팀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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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말고 다른 거 넣어봐. 출시일 넘기겠다. 빨리빨리 움직여!"
13일 서울 석촌동 피자헛 석촌점 4층 신제품 개발팀의 주방. 굳게 닫혀진 문틈 사이로 다급한 목소리와 시끄러운 주방 기계음이 흘러나왔다.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일반 피자헛 주방과 같은 구조로 된 33m² 남짓한 공간에서 4명의 직원들이 여러 가지 식재료를 섞으며 맛을 보고 있다.
기자를 안내한 최재석 개발팀 부장은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매일 굽고 먹고 평가해야 하니 정신 없이 바쁘다"며 "오늘은 그나마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피자헛은 한 해 평균 4개의 신제품을 출시한다. 시즌 제품과 리뉴얼 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한 달에 한 번 꼴로 신제품을 내놓는다. 이는 제품의 수명이 6개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 휴대폰의 신제품 출시 주기보다 훨씬 짧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피자헛 개발팀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개발팀을 뺨칠 정도로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단명하는 피자시장에서 '리치골드', '더스페셜' 등 끊임 없이 히트상품을 내놓는 '미다스의 손', 피자헛 개발팀 직원들을 만나 신제품 개발 과정을 들여다 봤다.
◆ 신제품 한해 4번 출시…피자 수명 고작 ‘3개월’
“맛은 있는데 왜 토핑에 물기가 많지?” 최재석 부장과 정태영 차장, 강신화 사원, 송호현 사원 4명으로 구성된 피자헛 개발팀은 이날도 신제품 개발을 위해 오후 내내 '회의·만들기·먹기'를 반복했다.최 부장은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신제품 하나를 출시하는 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나 걸린다”면서 “한 해에 신제품을 4개씩 개발하려면 하루 종일 굽고 먹는 일은 당연하고 밤샘작업을 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5년 전만 해도 피자헛의 신제품 출시 주기는 한 해 2회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등 기존의 경쟁업체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 대형마트까지 피자시장에 진입하며 신제품 출시 주기가 2배로 빨라졌다.
치열해진 피자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빠르게 돌아가는 식품의 트렌드를 따라잡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미스터피자와 도미노피자도 한 해에 4번, 파파존스의 경우 5번 정도 신제품을 내놓는다.
최 부장은 “한국의 경우 음식 트렌드가 굉장히 빨리 변한다”며 “사실 미스터피자나 도미노피자 등 경쟁업체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제품이 겹친 적은 거의 없지만 항상 변화를 원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려고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한다”고 설명했다.
◆ ‘크런치골드’ 출시일 넘길 뻔…신제품 베끼기도
피자헛의 최신작 ‘크런치골드 피자’의 경우 정식 출시일에 맞추지 못 할 뻔한 '아찔한 일'도 있었다. 이 피자는 엣지(빵 끝) 부분이 바삭하게 씹히는 피자로 지난 3월 롤피자를 내놓은지 한 달만에 나온 제품이다.
개발팀이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부분은 빵 끝을 바삭하게 만드는 식재료를 찾는 것이었다. 팀원들은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밤을 새가며 고구마칩, 무칩, 파인애플칩, 쇠고기칩 등 30여가지가 넘는 식재료를 뿌려봤다. 또 치즈의 양을 다양하게 조절해가며 하루 50~70판 정도의 피자를 굽고 먹었다. 이로 인해 입이 헐고 데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감자칩과 체다치즈의 조화로 바삭한 맛을 내기까진 무려 6개월이 걸렸다.
이 피자는 출시 이후 50일 만에 50만판 판매를 돌파하는 등 일명 ‘대박’ 행진을 이어갔지만 피자시장의 치열한 신제품 출시 경쟁으로 모방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피자헛 관계자는 “다른 소규모 피자업체에서 크런치골드를 모방해 출시한 일이 발생했다”며 “다행히 그 피자는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 않아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피자시장은 빠르게 변하는 젊은 소비자의 입맛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눈깜짝할 사이에 고객을 빼앗긴다. 이로 인해 피자업체들끼리 눈치 경쟁을 하며 반응이 좋은 신제품의 컨셉트는 교묘하게 베낀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피자 엣지(빵 끝 부분)에 고구마크림과 치즈를 얹은 ‘리치골드’ 또한 대부분의 경쟁업체에서 다른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 피자와 동고동락…“이번엔 뭐 넣지?”
피자헛 개발팀의 수장인 최 부장의 고민은 '이번엔 뭐 넣지?'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매번 색다른 식재료나 컨셉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미국, 유럽, 일본 등 한 해에 2~3번은 해외출장을 간다. 국내 출장까지 합하면 한 달에 10번이나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최 부장은 "하루 대부분을 '피자 생각'으로 보낸다"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일단 밖으로 나가 무조건 피자와 결합시켜본다"고 밝혔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고려해야 할 것은 '맛'뿐만이 아니다. 피자헛은 전국에 약 300개의 매장이 있기 때문에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쉽게 만들 수 있는 피자를 만들고,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가격을 맞춰야 한다. 또 피자가 만들어져 고객 테이블까지 가는 시간, 고객이 이야기하며 먹었을 때 토핑이 식는 정도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팀 팀원들이 먹는 피자양만 하루 50판 이상이다. 1년의 개발과정을 거쳐 만든 '더스페셜 피자'의 경우 팀원들이 굽고 먹은 피자양이 1만5000판 정도 된다. 기자가 "그렇게 많이 먹어도 괜찮냐?"고 묻자 정태영 차장은 "원래 피자가 주식, 간식이 밥"이라며 "이 때문에 직업병이 복부비만"이라고 답했다.
피자헛 개발팀은 이번에도 새로운 시도를 기획하고 있다. 이날 개발팀 주방 한 가운데에 있는 조리대에선 강신화 사원의 손과 송호현 사원의 입이 바쁘게 움직였다. 최 부장은 "아직 어떤 신제품이 나올지 공개할 순 없지만 '룩(look)'에 놀랄만한 변화를 줬다"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13일 서울 석촌동 피자헛 석촌점 4층 신제품 개발팀의 주방. 굳게 닫혀진 문틈 사이로 다급한 목소리와 시끄러운 주방 기계음이 흘러나왔다.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일반 피자헛 주방과 같은 구조로 된 33m² 남짓한 공간에서 4명의 직원들이 여러 가지 식재료를 섞으며 맛을 보고 있다.
기자를 안내한 최재석 개발팀 부장은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매일 굽고 먹고 평가해야 하니 정신 없이 바쁘다"며 "오늘은 그나마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피자헛은 한 해 평균 4개의 신제품을 출시한다. 시즌 제품과 리뉴얼 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한 달에 한 번 꼴로 신제품을 내놓는다. 이는 제품의 수명이 6개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 휴대폰의 신제품 출시 주기보다 훨씬 짧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피자헛 개발팀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개발팀을 뺨칠 정도로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단명하는 피자시장에서 '리치골드', '더스페셜' 등 끊임 없이 히트상품을 내놓는 '미다스의 손', 피자헛 개발팀 직원들을 만나 신제품 개발 과정을 들여다 봤다.
◆ 신제품 한해 4번 출시…피자 수명 고작 ‘3개월’
“맛은 있는데 왜 토핑에 물기가 많지?” 최재석 부장과 정태영 차장, 강신화 사원, 송호현 사원 4명으로 구성된 피자헛 개발팀은 이날도 신제품 개발을 위해 오후 내내 '회의·만들기·먹기'를 반복했다.최 부장은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신제품 하나를 출시하는 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나 걸린다”면서 “한 해에 신제품을 4개씩 개발하려면 하루 종일 굽고 먹는 일은 당연하고 밤샘작업을 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5년 전만 해도 피자헛의 신제품 출시 주기는 한 해 2회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등 기존의 경쟁업체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 대형마트까지 피자시장에 진입하며 신제품 출시 주기가 2배로 빨라졌다.
치열해진 피자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빠르게 돌아가는 식품의 트렌드를 따라잡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미스터피자와 도미노피자도 한 해에 4번, 파파존스의 경우 5번 정도 신제품을 내놓는다.
최 부장은 “한국의 경우 음식 트렌드가 굉장히 빨리 변한다”며 “사실 미스터피자나 도미노피자 등 경쟁업체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제품이 겹친 적은 거의 없지만 항상 변화를 원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려고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한다”고 설명했다.
◆ ‘크런치골드’ 출시일 넘길 뻔…신제품 베끼기도
피자헛의 최신작 ‘크런치골드 피자’의 경우 정식 출시일에 맞추지 못 할 뻔한 '아찔한 일'도 있었다. 이 피자는 엣지(빵 끝) 부분이 바삭하게 씹히는 피자로 지난 3월 롤피자를 내놓은지 한 달만에 나온 제품이다.
개발팀이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부분은 빵 끝을 바삭하게 만드는 식재료를 찾는 것이었다. 팀원들은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밤을 새가며 고구마칩, 무칩, 파인애플칩, 쇠고기칩 등 30여가지가 넘는 식재료를 뿌려봤다. 또 치즈의 양을 다양하게 조절해가며 하루 50~70판 정도의 피자를 굽고 먹었다. 이로 인해 입이 헐고 데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감자칩과 체다치즈의 조화로 바삭한 맛을 내기까진 무려 6개월이 걸렸다.
이 피자는 출시 이후 50일 만에 50만판 판매를 돌파하는 등 일명 ‘대박’ 행진을 이어갔지만 피자시장의 치열한 신제품 출시 경쟁으로 모방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피자헛 관계자는 “다른 소규모 피자업체에서 크런치골드를 모방해 출시한 일이 발생했다”며 “다행히 그 피자는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 않아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피자시장은 빠르게 변하는 젊은 소비자의 입맛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눈깜짝할 사이에 고객을 빼앗긴다. 이로 인해 피자업체들끼리 눈치 경쟁을 하며 반응이 좋은 신제품의 컨셉트는 교묘하게 베낀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피자 엣지(빵 끝 부분)에 고구마크림과 치즈를 얹은 ‘리치골드’ 또한 대부분의 경쟁업체에서 다른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 피자와 동고동락…“이번엔 뭐 넣지?”
피자헛 개발팀의 수장인 최 부장의 고민은 '이번엔 뭐 넣지?'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매번 색다른 식재료나 컨셉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미국, 유럽, 일본 등 한 해에 2~3번은 해외출장을 간다. 국내 출장까지 합하면 한 달에 10번이나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최 부장은 "하루 대부분을 '피자 생각'으로 보낸다"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일단 밖으로 나가 무조건 피자와 결합시켜본다"고 밝혔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고려해야 할 것은 '맛'뿐만이 아니다. 피자헛은 전국에 약 300개의 매장이 있기 때문에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쉽게 만들 수 있는 피자를 만들고,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가격을 맞춰야 한다. 또 피자가 만들어져 고객 테이블까지 가는 시간, 고객이 이야기하며 먹었을 때 토핑이 식는 정도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팀 팀원들이 먹는 피자양만 하루 50판 이상이다. 1년의 개발과정을 거쳐 만든 '더스페셜 피자'의 경우 팀원들이 굽고 먹은 피자양이 1만5000판 정도 된다. 기자가 "그렇게 많이 먹어도 괜찮냐?"고 묻자 정태영 차장은 "원래 피자가 주식, 간식이 밥"이라며 "이 때문에 직업병이 복부비만"이라고 답했다.
피자헛 개발팀은 이번에도 새로운 시도를 기획하고 있다. 이날 개발팀 주방 한 가운데에 있는 조리대에선 강신화 사원의 손과 송호현 사원의 입이 바쁘게 움직였다. 최 부장은 "아직 어떤 신제품이 나올지 공개할 순 없지만 '룩(look)'에 놀랄만한 변화를 줬다"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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