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미디어 제국 지키기…'도청 파문' 英신문 폐간 초강수

세계적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영국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 · 사진)가 폐간된다. 창간한 지 168년된 NoW가 취재원들의 휴대폰을 해킹해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7일 "NoW의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머독 회장이 NoW를 오는 10일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발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머독은 거대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을 운영하는 루퍼트 머독의 차남이자,그룹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다. 루퍼드 머독이 1969년 인수한 NoW는 270만여명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명 인사의 성 스캔들과 포퓰리즘적 정치선동 기사를 주로 게재해왔다. 지난 수년간 사설 탐정을 고용해 연예계 유명 인사뿐 아니라 실종된 13세 소녀,테러 사망자 가족 등의 휴대폰까지 해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숨진 병사 가족들의 음성 메시지까지 해킹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중 정치인,연예인,왕실 관계자 등의 휴대폰을 해킹한 사실은 NoW도 인정했다. 하지만 실종 소녀,테러 사망자 가족,전사자 가족의 휴대폰 해킹 의혹은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다. NoW가 기본적인 취재 윤리마저 저버린 사실이 드러나자 수십 곳의 기업이 광고 게재를 철회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머독 가문의 NoW 폐간 결정에 대해 "미디어 제국을 살리기 위해 NoW를 포기하는 고육책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머독이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의 잔여 지분을 인수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폐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고 분석했다. 스카이 지분 39.1%를 소유한 머독은 122억달러에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청 파문이 커질 경우 영국 내에서 머독의 스카이 인수 반대 목소리가 높아져 정부의 최종 결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머독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