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하이닉스 인수참여 속뜻은…"통신서는 먹거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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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SK텔레콤은 8일 미래성장 기반 확보와 글로벌 사업기회 발굴을 위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를 채권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똑같이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STX와 하이닉스 인수를 둘러싸고 2파전을 벌이게 됐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기존 ICT(정보통신)산업에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이동통신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줌으로써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내수시장에서의 치열한 이동통신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태블릿PC의 확산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사업에 나서 수출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한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이통시장은 포화상태기 때문에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라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지난 2월 중국에서 SK엠텍을 설립해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그룹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것은 맞지만 SK텔레콤과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굳이 가능성을 따지자면 플랫폼 사업 안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바일 CPU나 OS 개발 정도인데 이 또한 시너지가 높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플랫폼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플랫폼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에서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사업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또 SK텔레콤이 이통사업을 하면서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구축해 놓은 긴밀한 관계가 삼성의 경쟁사인 하이닉스 인수로 인해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이미 아이폰 도입 등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단말 의존도가 예전에 비해 낮아졌다"며 "하이닉스를 인수한다고 해도 삼성과의 관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역시 SK텔레콤이 중요한 사업 파트너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이닉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SK텔레콤이 3월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상당. 여기에 연간 잉여현금흐름이 1조4000억원 가량이기 때문에 인수에 필요한 3조원을 마련하는데 무리가 없는 액수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이향서 제출 이후 면밀한 검토와 점검을 통해 적정가치를 산출하고 인수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