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민원 척척 해결하는 '이탈리아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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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출신 크리스티나 역삼글로벌센터장"올초 한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은 한 미국인 학원강사가 지로용지를 한 다발 들고 왔어요. 공과금 3개월치를 안 내 전기 수도 전화가 다 끊기고 나서야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저를 찾은 것이지요. 이들을 도와주는 게 빌리지센터의 역할이에요. "
이탈리아 국적의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 서울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장(30 · 사진)은 8일 글로벌빌리지센터의 역할에 대해 최근 겪은 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가 센터장을 맡은 건 2008년 4월17일 역삼센터가 문을 열 때부터다. 임기가 2년인데 작년 4월에 재계약했다. 그는 "지인 소개로 센터장을 맡아 하루 4시간,1주일에 20시간 근무한다"며 "보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비슷한 처지의 외국인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자동차면허 교체,인터넷 설치,쓰레기 분리배출,공과금 납부방법 등을 알려줘 초기 정착을 도와준다. 유급휴가나 임금체불,산재 등 영역을 벗어난 민원이 들어오면 일일이 분야별 전문가를 소개해준다. 한국어와 한국요리 배우기,한 달에 4~5회 가야금 배우기,도자기 굽기,사군자 그리기,수지침 · 뜸 배우기 등 문화강좌도 연다.
외국인을 위한 동사무소인 셈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빌리지센터는 역삼동 외에 이태원,서래마을,이촌동,영등포 등 7곳이다.
"최고 인기 강좌는 DMZ(비무장지대) 방문프로그램이에요. 얼마 전 35명을 모집했는데 70명이 신청했어요. 대기자 명단까지 있어요. 땅굴에 직접 내려갈 땐 너무 신기해하죠.도라산역에 있는 '지금은 마지막역이지만 언젠간 북한으로 가는 첫 역'이란 문구 앞에선 숙연해집니다. "크리스티나는 2007년 6월 TV프로그램 '미수다(미녀들의 수다)'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방송인이다. 그의 한국 생활은 4년7개월째로 접어들었다. 현재 경기도 홍보대사,다문화가정 홍보대사,서울메트로 홍보대사 등 각종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그가 태어나 한번도 와본적 없었던 낯선 나라에 정착하게 된 건 '사랑' 때문이었다.
"지금 남편이 이탈리아에 성악을 공부하러 왔을 때 이탈리아어 학원강사와 제자로 만났어요. 일부러 교재없이 와서 제 옆에 앉아 책을 같이 보자고 하고,아이스크림도 사주면서 '작업'을 걸었어요. 로맨틱하면서도 재미있고 믿음이 가 두 달 만에 밀라노 근처 호수에서 공식 데이트를 했어요. 그 때 첫키스도 했고요. "
2006년 말,앞서 귀국한 그 청년을 못잊어 직장(유럽연합)을 1년 만에 그만두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 온 지 1년 만인 2007년 12월1일 결혼식을 올렸다. 그의 남편은 목원대 교수(성악)로 있다. 밀라노 가톨릭대에서 국제법 석사학위를 딴 크리스티나도 부천가톨릭대에서 국제법을 강의하고 있다. '미수다' 출연 계기는 뜻밖에도 예비 시어머니의 권유였단다. "처음엔 썩 내켜하지 않으셨는데 부침개,해물탕 등 한국 음식을 잘 먹으니 좋아하셨죠.방송국에 '미수다' 출연 신청을 직접 해주신 게 사실상 결혼 승낙이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