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론스타와 주식 매매계약 6개월 연장

시간 벌었지만 외환銀 인수까진 '가시밭길'

법원 판결·노조 반대·당국 승인 등 변수 많아
론스타 추가 배당 가능성 커…경쟁력 약화 우려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주식매매 계약을 6개월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종 성사 여부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외환은행 인수가격 낮춰하나금융 측은 이번 계약수정 협상에서 외환은행 인수가격을 낮췄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주당 1만4250원으로 산정해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이번에는 주당 860원 낮은 1만3390원으로 재계약했다.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지난 3월 결산배당과 7월 중간배당으로 모두 7765억원을 챙긴데다 주가가 당시 1만2000원대에서 9000원대로 20% 이상 떨어진 점,외환은행의 가치가 하락한 점 등을 감안해 가격을 낮춰줄 것을 론스타 측에 요구했다.

◆론스타,배당금 계속 챙길듯론스타는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 측은 "이번 론스타와 계약 연장에서 론스타의 배당금 전액을 매매가격에서 추가로 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배당금을 더 챙길수록 인수가격도 낮아져 하나금융 측에서는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외환은행 내부 유보금은 지난 1분기 말 3조4000억원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에서 받은 현대건설 매각 차익 1조600억원을 포함하면 4조4700억원의 배당가능 이익이 생긴다. 앞으로 하이닉스 매각이 완료되면 차익도 7000억원 이상 발생한다.

지난 1일 론스타는 5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중간배당으로 챙겼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론스타는 6월 반기결산과 9월 분기결산에서도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까진 '가시밭길'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되려면 해결해야 할 변수가 많다. 법원의 판결,금융당국의 승인,외환은행 노조의 반대,정치적 상황 등이 변수다.

오는 21일 열리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공판에선 외환은행과 론스타 측 변호인은 리처드 웨커 전 외환은행장을 비롯한 2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고 변론도 요청했다. 법정 공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당국이 법원 판결을 이유로 론스타의 지분 매각을 승인해주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차피 론스타도 다른 곳에 팔 수 없는 형국"이라며 "이번 재계약이 만료되더라도 외환은행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론스타 측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였던 유회원 씨와 외환은행,론스타에 대한 판결이 분리돼 나올 가능성이 있어 9월 안에 매각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정공방 장기화…하나,외환은행 영업력 하락 우려

협상이 장기화될수록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금융당국의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보류와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관련 지루한 법정 공방으로 앞날이 불투명해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 5월 말 두 은행은 모두 은행권 중 유일하게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퇴직연금 실적 증가도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은 올해들어 지난 5월말까지 중기대출을 1조~3조원 가량 늘렸다.국민은행은 3조8000억원,우리은행은 1조3000억원,신한은행 1조6000억원,기업은행 3조3000억원 등이 각각 증가했다.그러나 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말 30조3900억원에서 지난 5월말 29조5800억원으로 8100억원 가량 줄었다.외환은행은 같은 기간 1조8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퇴직연금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국민·신한·우리·기업 은행 등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올해들어 3000억~4000억원씩 늘렸다.5월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운용 기준)은 국민은행이 3조1700억원,신한은행이 2조9500억원,우리은행이 2조85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기업은행이 2조600억원을 넘어 2조원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3000억원 가량 늘린 하나은행은 올해들어선 그 절반 수준인 1400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외환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2500억원 늘렸지만 올해 들어선 7분의 1 수준인 360억원 증가시키는 데 그쳤다.두 은행은 당장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금융당국의 인수 심사 보류와 법정 공방이 장기화되면 앞날이 불투명해져 영업력 훼손도 심각할 전망이다.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은행권의 창의적인 경쟁이 많아져야 사회적 효율성도 높아진다”라며 “은행들이 창의적 경쟁을 안하면 비효율에 따른 비용을 예금자와 대출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