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억弗 베팅 실패한 코카콜라…네슬레는 17억弗에 中 진출 성공
입력
수정
"사탕업체 쉬푸지 인수"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스위스 네슬레가 중국 사탕 제조업체 '쉬푸지' 지분 60%를 17억달러(1조8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이번 인수는 해외 업체의 중국 식품업체 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앞서 코카콜라는 2009년 현지 주스 업체 인수를 추진했으나 중국 정부의 반대로 실패했었다. 그러나 네슬레는 정부와 현지 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적정한 인수대상을 선정함으로써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대만 회사에 점유율 적당…독점 규제ㆍ반대 여론 피해
◆외국업체 중국 식품업체 인수 중 최대 규모블룸버그 등 외신은 네슬레가 쉬푸지 측과 지분 60%를 17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는 주당 4.35달러로 지난 주말 거래가격에 8.8%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다. 쉬푸지는 1992년 설립된 대만업체로 현재 싱가포르 시장에 상장돼 있다. 현재 중국 광둥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초콜릿과 사탕,중국 전통 과자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2010회계연도에 매출은 43억위안,영업이익은 6억200만위안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로 네슬레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을 뿐 아니라 다른 상품을 전국에 판매할 수 있는 유통망도 얻게 됐다"고 보도했다.
◆네슬레 적당한 매물 선정 전략전문가들은 네슬레가 쉬푸지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과거 중국 규제당국이 코카콜라의 식품업체 인수를 불허했던 전례가 있어서다. 2009년 코카콜라는 중국의 주스 업체인 후이위안을 24억달러에 인수하려다 중국 정부가 음료수 시장의 독점 등을 문제 삼아 인수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네슬레의 쉬푸지 인수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네슬레가 규모와 국적 등을 감안해 적정한 인수대상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포천은 "독점 문제와 규제 당국의 저항감 등이 코카콜라 때와 달라 이번 인수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선 코카콜라가 부딪쳤던 독점의 벽이 없다는 점이다. 코카콜라가 인수하려 했던 회사는 중국 주스시장의 42%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쉬푸지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5.5%에 불과하다.
또 민족주의적 저항감도 덜하다. 이 회사가 대만 회사인 데다 싱가포르에 상장돼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인 '인터차이나'의 북미지역 임원인 데이비드 호프먼은 "규제 당국의 검토가 진행되겠지만 후이위안과 달리 쉬푸지는 중국 본토의 중요한 브랜드가 아니어서 부담이 덜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100년이 넘는 M&A 역사를 갖는 네슬레가 현지에서 저항감이 가장 적고 시너지가 높은 회사를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