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비축유 풀었는데…유가 되레 6% 급등

전략비축유 방출을 통해 국제 유가 안정을 꾀하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국제 유가는 배럴 당 96.20달러를 기록,비축유 방출 계획 발표 직전 유가보다 오히려 1% 상승했다. 6월 말 6000만배럴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하자 급락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가 저점 대비 6%가량 상승한 것이다. 유럽의 기준 유가인 브렌트유는 지난 한 주 동안에만 6% 급등했다. 비축유 방출 계획이 나왔을 때만 해도 당분간 국제 유가가 안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었다. 1991년 걸프전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비축유를 풀었을 땐 상당 기간 국제 유가가 안정되는 효과를 거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축유 공급에 따른 가격 안정이 사흘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다시 꿈틀대는 것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국 등의 수요가 급증해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일부 월가 금융사들은 IEA가 장기 수급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국제 유가 전망을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12개월 내 브렌트유 가격 목표를 배럴 당 130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 당 118.33달러다.

또 방출된 비축유가 당초 예상대로 가솔린과 디젤유 등으로 전환돼 시장에 풀리지 않고 저장 시설 등에 그대로 보관되고 있는 것도 정책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물량이 8월 중 시장에 풀리면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IEA와 미국 정부는 시장 수급 상황을 봐가며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