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2) 연세대 '테크노비즈' 교육…공대생을 '멀티 플레이어'로 만들다

● 과학·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
공학교육 혁신 중 - (2) 융합형 인재 양성

경영수업 들은 연세대 공대생
테마파크용 비즈니스 앱 개발…삼성전자 마케팅분야 취업

한동대, 융합교육 교재 개발…"공학도, 소통능력 향상 목표"

주말에 여자친구와 함께 테마파크를 찾은 김진홍 씨(24)는 놀이기구마다 30분 이상씩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짜증이 났다. 어느 놀이기구의 줄이 긴지 짧은지 알 수 없으니 무작정 다른 기구를 타러 가기도 힘들었다. 여자친구가 "스마트폰 뒀다가 어디에 쓸 거냐"고 핀잔을 줬다. 테마파크용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다운받으라는 얘기였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놀이기구마다 대기시간과 최적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앱이었다.

이 앱은 연세대 공대생들이 '테크노비즈니스디자인' 과목 과제로 개발한 것이다. 이 과목은 연세대가 공대생들에게 경영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개설했다.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기획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임춘성 정보산업공학과 교수는 "공대생들이 기술개발에 나설 때 원가,마케팅 등 다양한 시각을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테마파크용 앱'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호철 씨(25 · 정보산업공학과 4학년)는 이 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입사가 확정됐다. 그가 일할 곳은 기술 · 엔지니어링 분야가 아닌 마케팅 부문이다.

최씨는 "1학년 때 공대에 개설된 경영학 수업을 듣고 마케팅,재무,회계 등에 대한 공부를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실제 공대생이 가진 기술지식에 경영 마인드를 더하면 종합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공학교육 혁신사업에서 연세대가 융합형 인재 양성을 테마로 잡은 것은 공대 출신 학생들에 대한 산업계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공대 출신들이 다른 단과대생들에 비해 소통 능력과 창조적인 시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대학 차원에서 부족한 점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공대생들이 공학교육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공대 안에 개설된 경영 관련 융합 과목을 2개 이상 수강하도록 했다. 공학교육 인증제는 공대 교과목이 산업계가 요구하는 실무교육 내용을 포함시킬 경우 공학교육인증원이 인증하고,산업계에서 해당 과목 수료자를 채용할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현재 연세대 공대 안에 개설돼 있는 관련 수업으로는 △경제성공학 △공학기초설계 △공학시사경제와 기술경영 △공학회계 △기술 및 제품 마케팅 △기술인적자원관리 △테크노리더십 등이 있다.

한동대는 융합교육을 위한 교재를 개발했다. '다빈치 루트' '박물관의 스토리텔링' '공학도를 위한 사고와 표현' 등 예술,인문학,심리학을 넘나드는 주제로 공학도의 소양교육에 나섰다. 이 대학은 융합교육으로 유명하다. 지난 2월 전국 17개 대학에서 모집한 100여명 공대생에게 인문,사회,경영,법 등을 아우르는 강의 과정을 열었다.

융합교육을 총괄 지휘하는 이재영 교수는 "융합 과정을 개설한 것은 학생들에게 산업 전체에 대한 '인사이트'를 키워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도 대학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영민 롯데그룹 정책본부팀 이사는 "(공대 출신이) 연구소장이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면 전공 분야뿐 아니라 재무구조와 원가 개념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