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수사, 시작부터 난항…해외직원 소환 어려울 듯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부채담보부증권(CDO) 사기판매'에 대한 수사가 시작부터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고소당한 골드만삭스 본사 직원이 대부분 외국인인 데다 한국인 직원도 외국에서 근무 중이어서 불러 조사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보기11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피소된 골드만삭스 본사 직원 9명 가운데 8명이 미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이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지난달 말 이들을 부채담보부증권(CDO)인 '팀버 울프'를 사기 판매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소했다. 유일한 한국인인 박모씨는 CDO 판매 당시인 2007년부터 줄곧 홍콩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 소환조사에 불응해도 체포하거나 구속해 수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흥국생명 등은 골드만삭스 홍콩 법인을 통해 펀드를 구매해 한국 법인을 상대로 조사하기도 어렵다.

검찰은 앞서 '11 · 11 옵션쇼크'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도이치은행 본사의 최고위급 임원까지 참고인으로 조사했지만 외국인 피의자들은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피의자 한 명이 출석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검찰은 '시간끌기'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도 캐나다왕립은행 등 글로벌 금융사들의 외국인 피의자들은 출석을 거부했다. 다만 골드만삭스 사건은 일반 투자자가 아닌 금융회사간 다툼이라는 차이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직원들이 출석에 불응할 수 없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리도 치열히 다툴 전망이다. 흥국생명 등은 "골드만삭스가 2007년 '팀버 울프는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했지만,당시 골드만삭스 사내 메일에는 'X(shit) 같은 상품'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자신들도 CDO 판매로 손실을 입었고,그런 이유로 'X 같다'는 말이 나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지난해 7월 CDO를 판매하면서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투자자를 호도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인 5억5000만달러의 합의금을 내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했다. SEC는 당시 조사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사기'가 아닌 '실수'를 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