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IN & OUT] 은행들 "해외진출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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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규제에다 인수價 급등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서둘러온 은행들이 외국은행 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의 반외자 정서 및 규제의 벽이 녹록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현지은행 인수를 문제삼은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 印尼 은행 인수 난항…국민銀, 징계 후 소극 행보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국 자본이 인도네시아 은행 지분을 최대 99%까지 살 수 있지만 최근 현지에서 외국자본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지 은행을 매입하려는 외국 수요가 많지만 매물이 제한적이어서 인수 가격이 단기간 치솟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도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자들이 현지은행 가격을 많이 올려놨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의 미국 LA한미은행 인수도 이달 초 무산됐다. 이번엔 미국 금융당국의 제재가 발목을 잡았다. 우리금융은 작년 5월 LA한미은행을 2억4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맺었지만 미국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경영등급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인수승인 불가' 판정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 현지은행인 뱅크센터크레디트(BCC)를 인수했지만 아직까지 자회사로 편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BCC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BCC를 내년 2월께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었지만 아예 1~2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당국의 과도한 간섭을 꼽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BCC 인수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다른 이유들과 묶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KB금융지주 회장 대행)을 내쫓은 바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BCC 투자 실패를 사유로 국민은행을 징계한 것은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을 10년 이상 늦추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