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에도 밀려…IT株 프리미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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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NHN 등 대표 PER
42개월만에 시장평균 밑돌아
거시경제 지표따라 출렁일 듯
"밸류에이션 매력…매수 기회"
삼성전자와 NHN 등 정보기술(IT) 대장주들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주도주 복귀를 바라는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IT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도 전체업종 평균 밑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 측면에서 확실한 IT 수요 회복 신호를 확인해야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은 매력적인 수준으로 평가했다.
◆IT주 PER 3년6개월 만에 시장평균 하회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IT섹터지수의 PER은 지난 8일 기준 10.5배(최근 사업연도 순이익 기준)를 기록했다. 전체 업종을 아우르는 KRX100지수(12.4배) 보다 15% 낮은 수준이다. 이들 지수의 PER은 지난 4월에 역전된 뒤 4개월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과거 시장 평균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던 IT주의 투자 매력이 이제 시장 평균만큼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NHN LG디스플레이 등 30개 대표 IT종목으로 구성된 KRX IT섹터의 PER이 KRX100을 밑돈 경우는 드물다. 2006년 1월 지수 도입 직후 2개월(2~3월)과 이듬해 10월 한 달을 제외하면 줄곧 KRX100을 웃도는 성적을 냈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PC와 TV,냉장고 등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IT섹터의 주가와 PER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의 예상 밖 부진에도 IT주는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삼성전자는 86만5000원으로 2만원(2.15%)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3.74%) 삼성SDI(-2.89%) 등도 코스피지수(-1.06%)보다 낙폭이 컸다.
◆유통 · 식품업종에도 밀려나
IT업종에 대한 프리미엄은 유통이나 식품업체 같은 전통적인 가치주보다 낮아졌다. 백화점 위주로 구성된 유통섹터와 식품업체 중심의 KRX 필수소비재섹터 PER은 각각 14.6배와 12.4배를 기록해 IT섹터 PER을 뛰어넘었다. 기존 성장주와 가치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바꿔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업체들이 계속해서 점포를 내고 있는 데다 해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어 성장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는 '향후 1년간 주당순이익 전망치 대비 주가 비율'을 의미하는 12개월 PER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이후 지난주까지 IT주의 12개월 PER은 2.8% 오르는 데 그쳤다. 95개 IT 종목의 평균 12개월 PER은 11.2배로,전체 업종 평균(12.7배)을 밑돈다.
◆거시지표 회복 시 반등 전망
IT업종 주가는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 지표에 따라 큰 변동폭을 나타낼 전망이다. 세계 경기 회복 신호가 확고해진다면 그만큼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면서 반등폭도 커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안 연구원은 "IT 주가는 당분간 거시경제 지표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현재 주가는 바닥을 다지고 있는 상황으로 계절적 수요가 살아나는 내달 하순 정도에 분위기 반전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반 PC 수요는 줄고 있지만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수요는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며 "내년이면 세계 IT제품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주가에 선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호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