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세 번째로 덩치 큰 伊마저 무너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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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수뇌부 긴급회동 "위기 전염 막아라"유럽연합(EU) 수뇌부가 11일 긴급회동을 가진 것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로 번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독일 프랑스에 이어 경제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이탈리아 금융시장이 붕괴하면 유로존에 그리스발 위기 이상의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갚을 빚만 1200억 유로…독일의 2배
헤지펀드 공매도 공격…伊, 규제 강화 나서
◆이탈리아 금융시장 붕괴 위기이탈리아 증권감독위원회는 이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자 9월9일까지 특정기업의 자본 0.2%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공매도하는 경우 매각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이탈리아 증시가 3.5% 떨어지며 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에도 장중 3.3% 이상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붕괴조짐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격 역시 이날 장중 1.3% 이상 급락했다. 미국의 헤지펀드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이탈리아 국채를 공매도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재정위기 우려는 최근 그리스 위기 해법이 다시 꼬일 조짐을 보인데다 이탈리아 정부의 긴축안을 놓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 간에 마찰이 빚어지면서 불거졌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을 내세우지만 트레몬티 장관은 재정확보를 위해 감세에 반대한다.
트레몬티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채권이 투기자본의 목표가 되고 있다"며 "재정감축안이 1주일 안에 통과돼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6%인데 2014년까지 470억유로의 재정 감축을 통해 이 비율을 0.2%까지 낮출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이탈리아 국채 규모가 1200억유로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보다 경제 규모가 큰 독일에 비해 부채가 두 배 정도 많다. 5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이탈리아 국채 규모는 총 9000억유로다.
FT는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향후 3년간 6000억유로를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 부채 탕감 방식 택할까FT는 유로존 지도부가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를 만기연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부 부채를 탕감해 주는 방식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를 그리스에 대한 일부 디폴트 허용이라고 해석했다. 그리스 민간 투자자들이 당초 자발적으로 국채 만기를 연장토록 한 프랑스식 해법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유럽안정화기금(ESM) 설립 조약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ESM은 채무 위기국들에 대출을 제공할 목적으로 5000억유로 규모로 운용된다. ESM은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유로존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