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연아와 '구호(KUHO)'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영부인은 2008년 봄 영국을 방문하면서 LVMH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 투피스를 입었다. 모델 출신 영부인의 우아한 자태가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선데이타임스는 덕분에 디올이 100만 파운드(19억8000만원)의 광고 효과를 봤다고 보도했다.

미셸 오바마 미국 영부인의 패션 행보는 브루니를 능가한다. 그는 2009년 취임식과 취임식 만찬 모두 미국 디자이너, 그것도 무명인 이사벨 톨레도와 제이슨 우의 드레스를 선택,이민 2세를 비롯한 미국 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취임식 장갑으로 중저가 브랜드인 '제이 크루' 제품을 고르고,TV 투데이쇼에 출연할 땐 'H&M'의 35달러(3만7000원)짜리 땡땡이 무늬 원피스,캠프데이비드 별장에 갈 땐 '갭(GAP)'의 29.99달러(3만2000원)짜리 푸른색 줄무늬 원피스를 착용함으로써 미국 브랜드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캐서린 영국 왕자빈 4월 결혼식에서 알렉산더 매퀸의 웨딩드레스로 영국 패션을 세계에 알렸다. 유명인의 의상은 이처럼 패션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발렌티노,오스카 드 라 렌타,아르마니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경연장이 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김연아 선수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 의상에 관심이 집중된 것도 같은 이치다. 검정색 원피스에 같은 색 케이프로 우아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준 김 선수의 옷은 제일모직 여성복 브랜드인 '구호(KUHO)' 제품.2003년부터 제일모직 여성복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정구호 전무의 작품이다. 구호의 매력은 단순하면서도 세련되고 다소 중성적인 가운데 디테일이 살아 있다는 점.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배우 장미희씨 등이 즐겨 입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매출 850억원을 기록했고 '헥사 바이 구호(hexa by kuho)' 브랜드로 미국 뉴욕 시장에도 진출했다.

패션은 브랜드 산업이다. 루이뷔통의 경우 지난해 국내 매출액과 순이익은 4273억원과 400억원으로 2001년 493억원,3억7000만원에 비해 매출은 9배,순이익은 102배 늘어났다. '빈폴'로 내셔널 브랜드의 입지를 굳힌 제일모직이 '구호'로 수입 브랜드에 죄다 내주다시피한 국내 디자이너브랜드 시장을 되찾는 건 물론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하기를 기원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