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장마 유독 잦은 집중호우…학계 "雨期 개념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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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이상 남았지만…강우량, 최근 30년 평균치 넘어한반도가 물폭탄을 맞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남부 지방에 최고 500㎜가 넘는 비가 내린 데 이어 중부 지방에도 11일부터 시간당 2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장마가 끝나려면 아직 열흘 이상 남았지만 지금까지 올해 장마강우량(455.7㎜)은 벌써 최근 30년 평균치(357.9㎜)를 넘어섰다.
기상청 관계자는 11일 "예년에 비해 강한 세력을 지닌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이남까지 올라오면서 장마전선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아직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최근 30년래 장마기간 최대 강우량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장마기간에 가장 많은 강우량을 보인 해는 2006년으로,전국에 평균 693.4㎜의 비가 내렸다. 당시 7월에 태풍 2개가 잇따라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이와 달리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한 세력을 유지해 한반도 이남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장마전선이 한반도 중 · 남부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은 대개 이맘때는 일본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어 장마전선이 한반도 이남에 위치했다"며 "그러나 올해는 중심세력이 일본에 자리잡으면서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남중국 해역 쪽에서 불어오는 제트기류가 장마전선과 만나면서 대량으로 수증기를 공급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장마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집중호우가 많은 이유가 올해만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한반도 아열대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2070년까지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강우강도가 2.5배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올해의 집중 호우도 여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여름철 장마 발생과 소멸시기가 과거에 비해 뚜렷하지 않은 경향도 아열대화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8,9월에도 집중호우가 많이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장마보다는 '우기(雨期)'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회철 기상청 통보관은 "공식적으로는 장마라는 개념을 쓰지만 앞으로는 기상청도 '우기' 개념을 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경민/양병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