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85곳 모두 자구계획 제출하라"

● 금융당국, 미흡 땐 지원 대상서 배제

부동산·계열사 매각 외 사재출연 압박…市銀엔 유흥업 등 대출 금지업종 부활
금융감독 당국이 경영진단을 받고 있는 85개 저축은행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5% 이상인 곳에 대해서도 자구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자기자본 비율이 5%를 밑도는 저축은행은 당연히 자구계획을 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저축은행이 자구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대주주 등이 스스로 자본확충에 나서도록 강력히 유도하는 한편 시중은행의 여신금지업종 제도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저축은행의 영업기반을 넓혀 주기로 했다. ◆"BIS 5% 넘어도 자구계획 내라"

금융당국 관계자는 11일 "금융안정기금을 통한 지원의 전제조건은 저축은행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상당한 정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자기자본 비율이 지도기준인 5%를 넘는 저축은행들도 예외없이 자구계획을 제출한 뒤 현장 경영진단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하순부터는 구체적인 액션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6월 말 기준 결산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회계법인 등으로 구성된 경영진단반은 각 저축은행에 상주하며 결산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체크하고 있다. 당국은 저축은행들의 부실 규모가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자기자본 비율 자체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적지 않은 만큼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비율과 상관없이 비업무용 부동산과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증자에 나서도록 압박할 방침이다. 자구노력이 미흡한 저축은행들은 정책금융공사가 운용하는 금안기금의 자본확충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스스로 활로를 헤쳐나가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곳까지 공적자금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영업기반 넓힌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짜고 있다. 500만여명의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저축은행을 한꺼번에 위축시키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연착륙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게 시중은행에 대한 여신금지업종 부활이다. 은행들이 유흥업소나 사행업종에 대한 대출을 자제토록 만들어, 저축은행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는 게 골자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은 지난 7일 열린 '기업 여신관행 개선 세미나'에서 불건전 업종에 대한 대출을 억제키로 합의했다. 당시 세미나에선 안마시술소와 음란물 제조업,도박업,가라오케 등에 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사례가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체 평판에 악영향을 주거나 리스크가 높은 이들 업종에 대한 대출을 자율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부동산업을 제외한 과거 여신금지업종의 대출액은 2002년 말 5020억원에서 작년 말 6800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1998년 유흥업소 등 여신금지업종 규제가 폐지된 후 은행들이 내규 등으로 이들 업종에 대한 대출을 스스로 자제한 만큼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중을 현행 총여신의 50%에서 4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류시훈/조재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