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잘못한 직원 벌 준다고 동네방네 소문내지 마라

부정행위를 줄이려면…
'부정한 사람 많다' 소문나면 "남들도 하는데…" 분위기 조장
오히려 조직내 '사고' 늘어나
어느 날 아침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게 된 당신.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친하게 지내던 옆 사무실의 동료가 아무렇지도 않게 회사의 기물을 자기 가방에 챙겨 넣는 모습을 목격했다.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1)그 직원에게 가서 그건 옳지 못한 행위라고 충고한다. (2)그냥 모른 척 한다. (3)나도 기물을 챙겨 넣는다.

아마도 대부분 1번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이는 동료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혹은 귀찮아서 2번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3번을 선택한 사람은 별로 없었으리라.그런데 실제 행동도 그럴까. 행동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행동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행동경제학자들의 생각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상식밖의 경제학'의 저자 댄 애리얼리 교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피츠버그의 카네기멜론대와 피츠버그대 학생들을 모아 간단한 시험을 보고 점수에 따라 상금을 주기로 했다. 이때 실험도우미가 투입됐다. 이들의 역할은 참가자들이 알아보도록 공공연히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실험도우미들의 티셔츠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실험도우미들이 자기 학교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부정행위가 덩달아 많아지고,다른 학교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부정행위가 줄어들었다.

이 실험의 의미는 무엇일까. 소속집단에서 남들이 부정을 저지르면 집단 전체적으로 부정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남들도 하는데 뭐'라고 생각하며 같이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만일 당신 회사에서 직원의 부정을 알게 됐다면 일벌백계를 목적으로 동네방네 알리려 하지 말라.잘못하면 의도치 않게 직원들의 부정행위를 조장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부정직한 임직원의 행위를 숨겨주고 용서하란 말인가. 물론 아니다. 그 직원은 분명히 처벌해야 한다. 다만 이를 너무 떠들어서 부정행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는 인상을 받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부정을 저지른 직원에 대해 처벌만 하고 끝내란 말인가. 부정을 예방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없을까.

두 가지 해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부정을 행한 직원을 알리기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는 뉴스를 만들어서 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른 직원들도 남들처럼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고 연체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네 가지 메시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1)시민들이 낸 세금이 교육과 치안,화재예방 등 좋은 일에 쓰인다. (2)납세 기일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3)소득세 정산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4)이미 90% 이상의 주민들이 납세의무를 이행했다. 네 가지 메시지 중에서 연체 주민들의 반응을 이끌어낸 메시지는 하나였다.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알려준 (4)번이 효과를 본 것이다. 메시지를 받은 주민은 자신도 건전한 주류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밀린 세금을 납부했다. 두 번째 방법은 윤리적인 생각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단지 윤리적인 생각만으로도 스스로의 양심이 발동한다는 게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애리얼리 교수는 UCLA 학생들을 대상으로 또 한번 실험을 했다. 시험점수에 따라 상금을 받을 수 있는데 첫 번째 집단은 아무런 조건을 두지 않았고,두 번째 집단의 학생들은 시험을 보기 전에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 10권을 기억해 쓰도록 했다. 세 번째 집단의 학생들은 10계명을 기억해 쓰도록 했다.

첫 번째 집단과 두 번째 집단의 부정행위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세 번째 집단은 극적으로 부정행위가 줄었다. 더군다나 10계명을 모두 기억한 학생이나 한두 개 밖에 기억하지 못한 학생이나 별 차이 없이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회사에서 부정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정직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라.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윤리 구호를 만들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외치도록 만들라.마치 군대에서 전화를 받을 때 '통신보안,홍길동입니다'라고 외치는 것처럼 말이다.

이계평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