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백창기 한울 대표 "맛깔스런 토종 김치…까다로운 日소비자 입맛 사로잡았죠"

배추·무·양념 100% 국산자재
천연 암반수로 다섯번 세척
한해 600만 포기 직접 담아
칠갑산과 고추로 유명한 충남 청양은 청풍명월의 고장이다. 이곳 산자락에 김치업체 한울(대표 백창기·50)이 자리잡고 있다. '꼬마김치'로 유명하다. 이 회사 김치는 일본 유럽 등으로도 수출한다. 연간 수출액은 약 400만달러.이 중 80%를 일본으로 내보낸다. 일본은 아주 까다로운 시장이다. 게다가 일본 내 거래하는 유통업소가 5만여곳에 이른다. 어떻게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일본의 훼미리마트 서클케이 가스미스토아 등 유통업소에서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김치가 있다. '꼬마김치'와 '한울김치'다. 바로 한울이 생산하는 한국 전통 김치다. 한울은 일본 독일 영국 필리핀 등으로 김치를 수출한다. 수출액이 400만달러라면 그리 대단한 게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나라보다 뚫기 어렵다는 일본 유통망을 중소기업이 개척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백창기 한울 대표는 "일본에 15년째 수출하고 있다"며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전역에 공급하는데 고객은 재일동포가 아니라 주로 일본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거래하는 편의점이 5만여개,대형슈퍼가 500여개,프랜차이즈 매장이 30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는 도쿄에 법인을 설치,거래처와 신뢰를 쌓아가며 얻은 결과다. 일본 기업들은 외국에서 식품을 수입할 때 일본 브랜드를 부착한 주문자상표(OEM)로 들여오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울은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의 맛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아울러 독일 루프트한자의 기내식용 김치도 공급한다. 해외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한울이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위생적인 시설이다. 식품에서 위생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숲으로 둘러싸인 청양의 한울 김치공장은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들어갈 수 있다.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장갑을 낀 뒤 소독과 에어샤워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생산라인에서는 반도체 공장처럼 종업원들이 모자와 위생복 장갑 장화를 착용한 채 작업한다. 김치 제조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산지에서 직접 올라온 배추의 겉껍질과 뿌리 부분을 잘라낸 뒤 배를 가른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배추는 아예 골라내고 잔류 농약과 기생충 검사도 한다. 그 다음 국산 정제염을 사용한 저온 절임 과정을 거친다. 백 대표는 "배추가 차갑게 느껴질 정도의 온도인 섭씨 10~15도 정도에서 16~18시간 동안 숨을 죽인다"고 설명했다. 그 뒤 세척 과정으로 이어진다. 백 대표는 "지하 150~200m 천연 암반수를 이용해 5단계 자동 세척 과정을 거친다"며 "이 과정에서 절인 배추를 물에 흔들어 씻는 것은 물론 버블세척 샤워세척 등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그 다음엔 바닥에 환한 형광판독기 위로 배추를 놓고 불순물이 있는지 찾아낸다. 이어 속넣기 과정으로 연결된다. 배추를 고춧가루 마늘 대파 등의 양념으로 잘 버무린 뒤 컨베이어로 포장 공정으로 보낸다. 그 뒤 자동포장 시스템을 이용해 정량대로 포장하고 전수검사 과정을 거친다. 백 대표는 "모든 제품을 작업자가 일일이 전부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끝나면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운송한다. 저온 보관하는 냉장트럭을 이용해 전국 유통망을 통해 공급한다.

백 대표는 "아마도 집에서 담그는 김치보다 위생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HACCP(위해 요소 중점 관리 기준 ·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둘째,국산 재료를 쓰는 것이다. 음식의 맛은 재료가 좌우한다. 백 대표는 "원자재인 배추 무는 물론 부자재인 고추 마늘 파 생강 등 모두 국산을 쓴다"고 덧붙였다. 이들 대부분은 계약재배로 구매한다. 그는 "원 · 부재료가 제품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우량 품종의 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농산물은 기상 변화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하고 수급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계약재배를 한다"고 덧붙였다. 계절에 따라 지역도 다르다. 1~4월은 전남 해남,5~7월은 충남 청양 홍성 예산,8~9월은 강원도 평창,10~12월은 충남 청양 홍성 예산 배추를 구매한다. 고추는 충남 청양,마늘은 서산 6쪽마늘을 주로 쓴다. 백 대표는 "전국의 계약재배 면적이 약 330만㎡(100만평)에 달하며 농가 수로는 500호 정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셋째,중부지방 특유의 담백한 맛이다. 백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김치는 중부지방 김치맛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중부식은 양념이 호화로우면서도 담백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치는 절임과 생산 과정이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숙성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맛의 경우 숙성 과정에서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백 대표는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섭씨 0도에서 영상 5도의 저온 숙성을 시킨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암반수가 맛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김치는 맛김치 포기김치 볶음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등이다. 연간 사용하는 배추는 1만5000t가량이다. 포기 수로는 약 600만 포기에 이른다. 외주 생산 없이 직접 담근다.

한울의 기업 이념은 독특하다. '국적과 양심있는 기업'이다. '국적있는 기업'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살린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맛김치 포기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등이 주력 제품이다. 김치만큼 한국을 상징하는 식품도 드물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점을 두는 것은 양심있는 기업"이라고 백 대표는 강조했다. 한울은 창업자인 부친 백남춘 회장(82)과 창업 초기부터 회사에서 함께 일한 큰아들 백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백 대표는 부친이 만든 기업 이념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김치는 배추에 갖은 양념을 넣어 담근다. 소비자로선 어떤 재료와 양념을 쓰는지 알 수 없다. 백 대표는 "따라서 양심을 갖고 제조하는 게 중요하다"며 "김치사업 초창기부터 좋은 재료와 좋은 물로 김치를 담근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충남 서산 출신의 백 회장은 당초 운수사업 등을 하다 1988년 한울을 창업했다. 당시 사명은 한울농산이었으나 1993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아들인 백 대표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사업 초창기에 곧바로 합류했다. 꼬마김치를 출시해 편의점 등에 납품하다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꼬마김치는 당초 이 회사의 소포장 브랜드였으나 이제는 작은 포장 김치의 보통명사로 굳어질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 회사는 요즘 관련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단체급식에 진출한 데 이어 '야채 전(前)처리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야채 전처리는 계약재배를 통해 배추 무 마늘 양파 파 등을 구매한 뒤 정선을 거친 반가공 상태로 마트나 케이터링업체 등에 보내주는 사업이다. 종전에는 배추 유통이 산지-수집상(중간상)-가락시장-도매-소매 등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데 이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백 대표는 "이를 통해 농가는 생산원가를 보장받고 소비자는 안정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울은 김치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300만달러 수출탑,충청남도수출대상,산업자원부 장관상,국무총리 공로표창 등 다양한 상과 훈장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도 통과했다. 백 대표는 "한울은 큰 마을이라는 뜻"이라며 "세계를 시장으로 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명처럼 양심적인 제품,품질 좋은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