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엘 '돌풍'…저가 앞세워 설화수 추월

상반기 백화점서 화장품 매출 증가율 1위
흰 가운 입은 직원 상담·친환경 이미지 매력
올 들어 주요 백화점의 메이크업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로레알이 판매하는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엘'이 국내 설화수는 물론 미국 에스티로더,프랑스 샤넬 · 랑콤 등을 제치고 선두권으로 나선 것.일본 브랜드 'SKⅡ'마저 넘보고 있다. 백화점의 화장품 상품기획자(MD)들은 약국 화장품으로 출발한 키엘이 저렴한 가격과 친환경 제품을 강점으로 내세워 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매출 순위는신세계 본점에 키엘이 입점한 것은 작년 11월.후발주자이지만 올 상반기 매출은 SKⅡ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3~5위인 설화수,에스티로더,샤넬을 따돌렸다.

키엘을 운영하고 있는 로레알그룹 관계자는 "강남점 키엘 매장에선 롯데 본점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매월 화장품 분야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전 점포에서 올 1~6월 매출 1~3위는 SKⅡ,키엘,설화수 순이었다.

롯데 본점에서도 키엘은 올 상반기에 2위를 기록했다. 월별로도 중국 및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던 지난 4월과 5월에만 설화수(1위)와 SKⅡ(2위)에 밀린 3위였지만,다른 달에는 SKⅡ에 이어 줄곧 2위를 차지했다. 현대 본점에서는 프랑스 시슬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위였던 샤넬은 3위로 내려앉았다. 설화수는 10위에 그쳤다.

키엘의 올 상반기 월별 매출 신장률은 백화점별로 전년 동기대비 10~85%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브랜드들이 한 자릿수 신장에 그치거나 오히려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전 점포 기준 올 상반기 매출을 보면 롯데에선 설화수 SKⅡ 에스티로더 키엘,현대에선 설화수 SKⅡ 키엘,신세계에서는 SKⅡ 키엘 설화수 등의 순이었다. SKⅡ는 발효 효모로 만든'피테라 에센스'로 큰 인기를 누리면서 선두권을 지켰다. ◆키엘 돌풍의 원천은

키엘은 1851년 컬럼비아 약대를 졸업한 존 키엘이 뉴욕에서 창업한 '키엘 약국'에서 시작한 약국 화장품 브랜드다. 약학 지식을 바탕으로 화학성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다양한 친환경 성분으로 만든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는 2000년 서울 청담동 로드숍을 시작으로 2001년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지금은 전국 백화점 32곳에서 판매 중이다. 줄을 서서 사기로 유명한 키엘의 수분크림 '울트라 페이셜 크림'은 매년 키엘의 단일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제품이 다양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지목된다.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의 단품 가격이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데 비해 키엘은 대부분 10만원 안쪽이다. 로레알 관계자는 "키엘은 백화점에 입점할 때 키엘의 160년 역사와 문화를 특징있게 보여주기 위해 가급적 모서리 벽 쪽에 붙어서 양쪽 벽면을 다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남성 · 여성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다 만들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권이 넓다"고 설명했다.

마치 약사처럼 흰 가운을 입은 매장 직원들이 피부타입에 맞는 제품을 일일이 상담해주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한 백화점 화장품 MD는 "키엘은 저렴하면서도 피부에 유해하지 않은 화장품을 찾는 최근 트렌드에 맞는 컨셉트"라며 "흰 가운을 입고 키엘 직원들이 약사처럼 제품을 일일이 상담해주는 시스템도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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